거리두기 없이 친근하게 기념촬영…확대회담·공동회견도 '노 마스크'
백악관 정상외교, 코로나 이전 수준 복귀…백신 접종 미국 자신감 표출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문재인 대통령을 맞아들였다.
지난달 16일 마스크를 두 겹 겹쳐 쓰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맞아들인 것과 비교되는 장면이다. 마스크를 벗은 미국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사실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백악관 정상외교의 첫 상대가 문 대통령이 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진행된 확대정상회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배석한 참모도 '노 마스크'였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쪽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이전의 정상회담과 사실상 같은 풍경이 연출됐다.
백악관 이스트룸의 공동회견 때도 같았다. 양 정상은 물론 참석자들과 취재진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마스크를 두 겹 겹쳐 쓰고 참석한 지난달 16일의 미일 정상회담과는 딴판이었다. 미국은 백신 접종 확대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 13일 백신 접종자들이 실내외 대부분의 경우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새 지침을 내놨다.
회담에 앞서 이스트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전쟁 영웅인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에게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도 참석해 한국전쟁에서 시작된 한미동맹의 각별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사였던 수여식에서 양 정상은 물론 60명에 달하는 참석자가 거의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의자를 거의 붙여 앉아 북적북적한 느낌을 줬다.
먼저 기념연설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소개하고 연단으로 이끌고는 악수를 했다. 코로나19 이후 백악관에서 실종된 정상 간 악수가 돌아온 순간이었다.
엄격한 방역수칙에 얽매이지 않은 덕분인지 행사 분위기는 상당히 화기애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명예훈장 수여식 소식을 들은 퍼켓 대령이 '웬 법석이냐. 우편으로 보내줄 수는 없나'라고 반응했다는 얘기를 전하며 웃었고 행사장에도 웃음이 터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명예훈장을 수여한 뒤 퍼켓 대령의 가족을 모두 앞으로 불러냈다. 이어 문 대통령까지 불러 양 정상이 대령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식으로 축하 분위기를 주도했다.
스가 총리의 백악관 방문 때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엄격하게 유지될 때라 분위기 역시 딱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당시엔 공식 회담 및 공동 회견 이외의 행사도 잡히지 않았고 주먹이나 팔꿈치를 부딪치는 인사도 없이 양 정상이 서로 떨어져 주먹을 내보이는 식의 인사만 이뤄졌다.
이번에도 외국 정상의 백악관 방문 때면 으레 잡히던 만찬 등의 환영행사는 열리지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이전의 백악관 정상외교 수준을 거의 회복한 모습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백악관에서 외국 정상을 맞아들인 건 처음이다. 백신 접종 확대로 접종자들이 마스크를 벗은 미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특유의 소탈함과 친근함으로 문 대통령을 환대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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