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미 원주민 비하한 상원의원 출신 정치평론가와 계약 해지

입력 2021-05-23 09:38  

CNN, 미 원주민 비하한 상원의원 출신 정치평론가와 계약 해지
샌토럼 전 의원 "무에서 창조된 미국, 원주민 문화는 거의 안 남아"
원주민 단체 "나치가 홀로코스트 정당화하는 꼴" 비판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미국 CNN방송이 최근 원주민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상원의원 출신 정치평론가 릭 샌토럼과 계약을 해지했다.
AP통신은 22일(현지시간) CNN 다양성·포용 부문 책임자인 앨리슨 러드닉에게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샌토럼 전 의원은 지난달 23일 영아메리카재단(YAF) 행사에서 한 연설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유럽 이민자들이 백지상태였던 아메리카에 기독교·유대교 기반 국가를 건설했다면서 "원주민이 있긴 했지만, 솔직히 우리에게 원주민 문화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원주민 단체인 아메리칸인디언전국회의(NCAI)의 펀 샤프 의장은 샌토럼 전 의원을 해고하지 않으면 CNN 등 방송국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샤프 의장은 "나사 빠진 인종차별주의자가 CNN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나치가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를 정당화하는 것과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유럽 식민지 개척자들이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정교하고 발달한 부족 단위 주권국가가 수천개 있었다"며 "이들 국가는 1천년 동안 독자적인 문화, 종교, 기술을 발전시켜왔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샌토럼 전 의원은 CNN 메인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실언했다"고 인정하면서 "미국이 원주민을 대한 방식은 끔찍했으며, 내가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쟁취하려 했던 가치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은 호전되지 않았다.
CNN 앵커 돈 레몬은 "샌토럼 전 의원이 내뱉은 첫 마디는 '죄송하다'가 아니었다"며 "방송에 출연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게 좋은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샌토럼 전 의원은 2007년까지 연방 상원에서 활동했으며 공화당 상원 서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과 2016년 대선에 도전했으나 예비선거에서 낙마했고, 2017년 1월부터는 CNN에서 선임 정치평론가로 활약했다.
그는 2003년 동성애를 소아성애와 수간에 견주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honk02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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