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연간 8억5천만회분 확대…"세계 스푸트니크V 백신의 65∼70%"
뉴델리 등 일부 접종 중단 사태…전문가 "수급 예측 실패" 정부 비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세계의 백신 공장'이라는 별칭에도 자국 내 코로나19 백신 수요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인도가 오는 8월부터 러시아산 백신 스푸트니크V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23일 더힌두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주재 인도 대사인 D.B. 벤카테시 베르마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베르마 대사는 "인도는 내년에 연간 8억5천만 회분의 스푸트니크V 백신을 생산할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 스푸트니크V 백신 물량의 65∼70%에 달하는 물량이라고 덧붙였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승인했으며 2회 접종이 기본이다. 인도에서는 현지 업체 닥터레디스가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스푸트니크V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닥터레디스 이외에 글랜드 파마, 헤테로 바이오파마 등 여러 인도 제약업체와 생산 계약을 한 상태다.
인도 업체들은 당국 허가가 떨어지면 1회 접종용으로 개발된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 생산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스푸트니크V 백신은 세룸 인스티튜트(SII)가 위탁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자체 개발한 토종 백신에 이어 세 번째 코로나19 백신으로 인도 현지 접종에 본격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달부터 인도에서 접종을 시작한 스푸트니크V 백신은 현지 자체 생산 물량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직접 들여온 것이다.
러시아는 인도가 스푸트니크V 백신을 본격 생산하기 전까지 이달 300만 회분, 6월 500만 회분, 7월 1천만 회분을 먼저 공급할 예정이다.
인도는 세계 백신의 60%를 생산하는 의약품 강국이지만 최근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자국 내 백신마저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뭄바이 등 곳곳에서 백신 부족 사태가 빚어졌고 수도 뉴델리는 전날 18∼44세에 대한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총리는 전날 "델리는 매달 800만 회분의 백신이 필요한데 5월에는 160만 회분 밖에 받지 못했다"며 연방정부에 공급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까지 인도에서는 약 1억9천500만 회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2회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이의 수는 4천300만명으로 13억8천만 인구의 3.1%에 불과하다.
300만 회를 웃돌던 하루 접종 수도 최근 100만∼150만 회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2월만 하더라도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만 명 안팎에 불과했기 때문에 인도 당국은 여유를 갖고 주변국에 백신을 나눠주며 '백신 외교'까지 펼쳤다.
하지만 3월부터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백신 수요가 몰리자 순식간에 재고가 바닥나고 말았다.
와중에 자국 업체들인 SII와 바라트 바이오테크도 목표한 물량을 생산하지 못했다.
SII는 작년 12월만 하더라도 올해부터 월 1억 회분을 생산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생산 물량은 월 6천만 회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트 바이오테크도 올해 7억 회분을 생산하려 했지만 최근 월 생산량은 1천만 회분에 불과하다.
덩달아 정부가 백신 수급 상황을 전혀 내다보지 못했다는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서부 푸네의 사회교육연구소에서 면역 체계를 연구하는 비니타 발 박사는 AP통신에 "얼마나 많은 백신이 필요할지 아무도 계산을 하지 않았단 말인가"라며 한탄했다.
한편,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이달 초 41만명까지 늘었다가 조금씩 줄어들어 이날 24만명(이하 보건·가족복지부 기준)까지 감소했다.
누적 확진자 수는 2천653만132명이다.
신규 사망자 수는 이날 3천741명을 기록했으며, 누적 사망자 수는 29만9천266명으로 30만명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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