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잉글랜드서 팬데믹에 암 의심환자 30만명 검진 뒤로 밀려

입력 2021-05-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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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잉글랜드서 팬데믹에 암 의심환자 30만명 검진 뒤로 밀려
암 관련 전문의 의뢰·치료 시작한 환자 1년간 10% 이상 줄어
"코로나 위기가 암 위기로 전이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잉글랜드 남동부에 사는 제스 브레이디(27)는 지난해 여름 몸에 이상을 느끼기 전까지 매우 건강했다.
갑자기 만성 피로와 기침 등을 경험한 그는 지역보건의(GP)를 찾았지만 GP는 그녀의 증상이 아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 후유증, 이른바 '롱 코비드' 때문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정작 그는 이전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적이 없었다.
증상이 계속 심해지면서 체중이 줄고 구토가 잦아졌다. 그는 5개월간 스무 번 이상 GP와 응급실(A&E)을 접촉했지만 약속을 잡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딸의 상태가 점점 악화하자 암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GP와 대면접촉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전문의 진찰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예상하기조차 어려웠다.
결국 브레이디는 사립병원을 예약했고, 지난해 11월 이곳에서 긴급 검사를 받은 끝에 선암(腺癌) 4기 진단을 받았다.
이미 암세포가 너무 퍼진 뒤라 브레이디는 제대로 손쓸 새도 없이 한달 만인 12월 20일 사망했다.
브레이디의 죽음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영국의 의료 접근성 악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라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병원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하면서 다른 질병을 앓는 일반 환자는 의사를 만나보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의료체계에 부담을 더하지 않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피하려고 개인이 스스로 병원 찾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영국 정부는 팬데믹 초기 '집에 머물면서 NHS를 보호하고 생명을 구하자'(Stay Home, Protect the NHS, Save Lives)는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자선단체 '캔서 리서치 UK'가 국민보건서비스(NH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까지 1년간 잉글랜드에서 암이 의심돼 전문의에게 응급 진찰이 의뢰된 이는 207만8천403명으로 직전 1년(238만2천958명)보다 약 30만명(13%) 감소했다.
암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같은 기간 31만2천26명에서 약 3만9천명(12%) 줄었다.
암이 의심돼 전문의에게 긴급 전원돼 치료를 시작한 환자도 약 1만7천명(1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경우 암 진단이 너무 늦어 치료가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GP와의 약속을 잡기 힘들거나, NHS에 부담을 줄기 싫어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처럼 암 진찰 의뢰나 치료 환자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캔서 리서치 UK'의 미셸 미첼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은 코로나19 위기가 암 위기로 대체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암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GP에 연락해야 하며, 약속을 잡기가 어렵더라도 계속해서 시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NHS 대변인은 "팬데믹 기간 40만명 이상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면서 다른 환자에 대한 치료에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NHS 직원들은 환자가 안전하게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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