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잡으려 여객기 착륙시킨 '유럽 최후 독재자' 루카셴코

입력 2021-05-24 12:04   수정 2021-05-24 14:05

반대파 잡으려 여객기 착륙시킨 '유럽 최후 독재자' 루카셴코
1994년부터 27년째 집권…비밀경찰 KGB 운영 야권인사 철저 감시
부정선거로 임기 연장하며 철권통치 이어가…각종 기행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벨라루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76) 대통령이 야권인사를 체포하려고 비행 중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키면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면모를 또 드러냈다.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많은 야권 성향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의 전(前) 편집장 라만 프라타세비치(26)가 24일(현지시간) 민스크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그가 탄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가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 때문에 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그가 체포됐는데 비상착륙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 초대 대통령으로 1994년부터 27년째 집권 중이다.
서방 언론에서는 그를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부른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옛 소련 국영농장(솝호스) 책임자로 일하다가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0년 정치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이듬해 소련을 해체하고 '독립국가연합'(CIS)을 창설하는 벨로베슈협정에 유일하게 반대한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반(反)부패'를 내세워 인기를 얻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안데르스 오슬룬드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루카셴코는 처음 벨라루스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만 해도 '별다른 정치적 계획이 없는 포퓰리스트'로 평가됐다.
그가 결선에서 득표율 80%를 기록한 당시 대통령선거도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진 것으로 평가된다.



권좌에 오른 루카셴코 대통령은 철권통치를 펼친다.
그의 통치방식은 옛 소련의 권위주의 통치방식을 연상시키며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이자 여전히 KGB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비밀경찰을 동원해 야권 인사를 철저히 감시하며 권력을 유지한다고 BBC방송은 설명했다.
경제와 언론에 대한 강력한 통제도 권력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집권을 연장한 2006년과 2010년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낙인찍었다.
2015년 대선 뒤에도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나왔으며 작년 대선 역시 부정선거로 규정됐고, 벨라루스 내 대규모 불복시위가 일었다.
부정선거를 이유로 루카셴코 대통령은 미국과 EU의 제재대상에 올라있다.
그가 '권력세습'을 노린다는 의혹도 나온다.
지난달 루카셴코 대통령은 대통령 궐위 시 법상 대통령직을 이어받는 총리 대신 국가안보회의가 국정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아들 빅토르가 NSC 위원이어서 '권력세습'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 거리에서 일제히 손뼉을 치는 항의시위를 금지했는데 당시 벨라루스 경찰이 이를 근거로 손이 하나인 남성을 체포해 논란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우나와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비과학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작년 7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됐다.
오슬룬드 연구원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치의제가 '시장경제 요소를 극소수만 도입한 소련식 경제체제 복원', '정치적 억압의 점진적 증가', '러시아와 깊은 정치적 관계 형성' 등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가깝게 지낸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그로선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마지막 남은 '동맹'이자 '구원자'인 셈이다.
양국은 1999년 연합국가 창설조약을 맺은 뒤 국가통합을 추진해왔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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