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들과 접견서 "네피도 자택서 쿠데타 1주일뒤 모처로 이동"
"신문도 못봐 외부와 단절돼 먹고 잘 뿐" 상징인 '머리에 꽃'도 없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지난 24일 수도 네피도의 특별 법정에 쿠데타 이후 약 4개월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변호인들이 전한 수치 고문의 가택연금 상황이 주목된다.
25일 현지 매체 및 외신에 따르면 관영 MRTV는 전날 저녁 뉴스에서 수치 고문이 특별 법정 피고석에 윈 민 대통령 및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의 묘 아웅 전 네피도 시장과 함께 앉아있는 모습을 방영했다.
군부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을 가택 연금했다.
수치 고문은 이후 불법 수입한 무전기를 소지·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어긴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 등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TV 화면에서 수치 고문은 마스크를 쓴 채 손을 앞으로 모으고 등을 펴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세 사람 뒤에는 정복 차림의 남녀 경찰이 서 있다.
수치 고문에게 씌워진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자리였지만, 판사는 수치나 변호인들에게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다음 재판이 내달 7일 열린다고만 언급하고 일어났다고 변호인들은 전했다.
재판에 앞서 수치 고문은 2월1일 가택연금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변호인단과 재판장 옆에 마련된 방에서 30분간 따로 만났다.
변호인들은 이후 언론과 만나 접견 내용을 전했다.
이들은 30분이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한 대응책을 논하기에도 너무 짧아 현 미얀마 쿠데타 상황에 대해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전한 수치 고문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수치 고문은 사실상 바깥 세계와 단절된 상황이어서 군경의 폭력에 의해 820명 이상이 숨진 유혈사태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인단 중 한 명인 민 민 소는 언론에 "수치 고문은 '자신과 윈 민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체포돼 구금된 날부터 바깥 세계와의 모든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면서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민 민 소는 "수치 고문은 자신들이 하는 것이라곤 대부분의 시간을 먹고 자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수치 고문은 자신이 바깥 상황에 대해 듣는 정보는 경찰이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을 물어볼 때가 유일하다고 말했다고 변호인단을 이끄는 킨 마웅 조는 전했다.
수치 고문은 그러나 그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고 킨 마웅 조는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또 "수치 고문은 오늘 특별 법정의 위치나 현재 어디에 가택연금 돼 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 민 소는 수치 고문이 처음에는 네피도 자택에 가택연금 돼 있다가 1주일 후 어딘가로 옮겨졌으며, 이동 중에는 눈이 가려진 상태였다고 언급했다.
앞서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지난 2월말 NLD 소식통을 인용, 수치 고문이 네피도 자택에서 모처로 옮겨졌으며 그 정확한 위치는 알지 못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종합하면 수치 고문이 현재 어디에 가택연금돼 있는지는 미얀마 군부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셈이다.
한편 수치 고문은 자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머리의 꽃'도 이날 법정 출석에서는 꽂지 않았다고 민 민 소는 전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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