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하다 아랍인 폭력 시위에 참변
여섯 자녀 둔 아랍인 여성은 새삶
장기 기증에 평화스런 분위기도 조성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유대인 남성이 원수지간인 아랍인 시위대에 목숨을 잃었는데도, 그 아랍인 여성에게 장기를 기증해 새삶을 살게 해줘 감동을 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중부 도시 로드에 사는 전기기사인 이갈 여호수아(56)는 지난 11일 귀가 중 아랍인 주민이 벌이는 시위에 휩쓸렸다.
당시 시위는 전날 한 아랍인 남성이 유대인 주민의 총격에 숨진 일을 항의하고자 벌어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분쟁이 발생하자 로드처럼 유대인과 아랍인이 섞여 사는 도시에서는 연일 양쪽의 충돌이 빚어졌다.
아랍인 시위대는 여호수아의 차에 돌을 던졌고 그는 머리에 벽돌을 맞았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엿새 뒤인 17일 유명을 달리했다.
여호수아가 숨진 뒤 유족은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그는 생전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등록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아이리나는 "여호수아가 공존의 삶을 실천하는 모범과 같았다"라면서 "전기기사로 일하며 유대인의 집이든 아랍인의 집이든 모든 집을 수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폭동은 우리 모두를 아프게 만들었으며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라면서 "아랍인과 유대인 모두 서로에게 미안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여호수아의 신장을 기증받은 사람은 여섯 자녀를 둔 아랍인 여성 란다 아우에이스(58)였다.
그는 여호수아와 유족에게 감사를 표하고 몸이 회복되면 찾아가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아우에이스는 "여호수아가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좋은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왜 살해당해야 했느냐"라면서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 진짜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내 유대인과 아랍인 주민 간 충돌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한 후 조용해진 상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가 유대인과 아랍인이 섞여 사는 도시에서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도 영향을 줬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분쟁의 수혜자로 평가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여호수아의 죽음과 관련해서도 강경 발언을 내놨다.
그는 유족을 위로하면서 "여호수아 살해에 관여한 이들에게 책임을 지울 것이며 누구도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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