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납치해 야권인사 체포하자 국제사회 경악
"벨라루스 취항 줄줄이 금지되면 고립 심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야권 인사를 체포하려고 전투기까지 동원해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키자 '유럽의 북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벨라루스 당국이 체포한 라만 프라타세비치는 지속적인 반정부 투쟁을 벌임으로써 루카셴코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라고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라타세비치와 동행한 러시아 국적의 인사들은 비행기에서 바로 체포됐다.
프라타세비치가 향한 리투아니아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벨라루스 야권 인사에 정치적 망명지가 되고 있다.
벨라루스에서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대선에서 당선됐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부정선거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가 계속돼 내정이 불안한 상태다.
벨라루스의 야권 인사들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친위 정보부대가 구석구석 감시망을 뻗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정치적 망명을 택한 인사들이 벨라루스가 바다에서 해적 행위를 벌이는 소말리아나 잔인한 북한과도 같아졌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라타세비치는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뉴스를 배포하는 '넥스타'(NEXTA)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넥스타는 야권에 대한 탄압과 정치범 체포 사실을 알리는 반정부 매체다.
벨라루스 정부가 프라타세비치 체포를 위해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비상 착륙시키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해당 여객기의 다른 승객은 7시간 동안 사실상 인질로 잡힌 뒤에야 벨라루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국가가 저지른 '해적 행위'라는 비판도 나왔다.
라이언에어 측도 "국가가 여객기 납치를 배후 조종했다"라고 비판했다.
영국은 자국 국적기에 벨라루스 상공을 지나가거나 취항하지 않도록 지시해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벨라루스가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자국을 침공하려 한다며 육상 국경을 봉쇄했다는 점이다.
포린폴리시는 항공편까지 막힐 경우 벨라루스는 과거 '철의 장막' 때처럼 더욱 탈출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벨라루스는 24일 오후에도 폭탄 테러 위협을 접수했다며 루프트한자 여객기를 2시간 동안 이륙하지 못하도록 했다.
벨라루스 국경이 봉쇄되고 나면 고립이 더욱 심화하면서 '유럽의 북한'이라는 규정에 한 발 더 가까이 가게 될 것이라고 포린폴리시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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