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산 타이어 덤핑 판정에 국내 타이어업계 셈법 '복잡'

입력 2021-05-26 11:43   수정 2021-05-26 18:46

美 한국산 타이어 덤핑 판정에 국내 타이어업계 셈법 '복잡'
한국·금호타이어, 생산지 변경 위해 해외 공장 증설 추진
해상 운임 상승·선복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등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타이어에 대해 덤핑 판정을 내리면서 국내 타이어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단 해외 공장의 미국 수출을 늘리는 등 생산지 변경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해상 운임 상승 등도 향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4일(현지시각)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27.05%, 금호타이어[073240] 21.74%, 넥센타이어[002350] 14.72%의 반덤핑 관세율을 산정해 발표했다.
이는 작년 말 예비판정과 비교하면 한국타이어의 경우 38.07%에서 11.02%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0.48%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조사 대상 기업이 아니어서 2곳의 평균으로 책정된 금호타이어의 관세율은 6.07%포인트 낮아졌다.
관세율이 일부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14∼27% 수준인데다 이 같은 판정이 다음 달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을 거쳐 7월부터 당장 효력을 발휘하는 만큼 타이어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무관세였는데 이제는 관세율만큼 가격이 올라간다고 봐야 한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브랜드 판매를 늘리거나 외국 기업의 자국 제조 설비 투자를 늘려 고용을 창출하는 면이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타이어 시장은 신차용 타이어(OE)와 교체용 타이어(RE)로 나뉜다. 글로벌 타이어 수요는 OE 시장이 30%, RE 시장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매출 비중이 큰 RE 시장은 관세 부담이 없는 국가로 생산지를 변경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업체들은 일단 서둘러 원산지 변경에 나서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 중 미국 수출 물량을 늘리고 미국 테네시 공장 생산 물량으로 최대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타이어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타이어는 연간 1천만본 수준으로, 올해 1분기 기준 관세 부과로 인한 매출 원가 영향은 21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타이어의 미국 매출 비중은 2019년 기준 28%로, 이중 미국 현지 생산은 20%이며, 인도네시아 생산이 30%, 한국 생산이 50%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이르면 2023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 2단계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공장이 증설되면 연간 타이어 생산 규모는 기존 550만본에서 1천100만본으로 2배가량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관세율 하향으로 한국타이어의 연간 관세 부담 추정액이 1천524억원에서 1천82억원으로 29% 감소하게 됐다"며 "관세와 원자재에 대한 과도한 우려보다 한국타이어의 기초체력 개선에 집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올해 3월 베트남 공장에 3천400억원 규모의 증설 투자를 하기로 정했다. 현재 부지 내에 확보된 유휴부지를 활용해 연간 380만본(승용차용 300만본, 트럭·버스용 80만본)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베트남 공장 증설의 경우 국내 고용 불안을 우려한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현재 노조 설득 작업 중이라는 점이 변수다.
금호타이어는 미국 조지아 메이컨시에 있는 공장의 라인을 조정하는 데에도 약 250억원(2천180만 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문제는 넥센타이어다. 넥센타이어의 미국 매출 비중은 31%(2019년 기준)로, 대부분 한국 공장에서 대응하고 있다.
북미에 공장이 없는 넥센타이어는 2019년 유럽에 처음으로 체코 공장을 설립했지만, 아직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넥센타이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산능력은 경남 양산 공장 435만8천본, 중국 칭다오(靑島)와 경남 창녕 공장이 각각 257만8천본, 290만2천본인데 비해 체코 공장은 119만8천본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 산업 특성상 해외에 공장을 세운다고 해도 문화나 시스템 차이로 시행착오를 겪고 숙련공을 만드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당장 공장 설립이나 증설에 나선다고 미국 수출 물량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1일 전주 대비 89.16포인트 오른 3천432.50으로,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주 동안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43달러 뛰어오르며 7천521달러를 기록했고, 미주 서안 항로 운임은 1FEU당 4달러 오르며 4천843달러를 기록해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 상승이 계속되는 데다 최근에는 비싼 운임에도 선복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는 등 변수가 잇따르고 있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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