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마련해둔 비상 동굴로 선수들 대피
옷가지·식량·땔감 등 비축해놔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최근 중국 서북부 고원지대의 산악 마라톤대회에서 악천후로 수십명이 희생된 가운데 한 양치기의 활약으로 무려 6명이 소중한 목숨을 건져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중국 간쑤(甘肅)성의 고원지대에서 양을 키우던 주커밍은 지난 22일 갑자기 폭풍이 불고 폭우가 내리며 기온이 급강하하자 평소 마련해둔 비상 동굴로 몸을 피했다.
동굴 안에는 주씨가 비상시를 대비해 비축해둔 옷가지와 식량, 땔감 등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1시께 동굴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손으로 다리를 주무르며 서 있는 산악마라톤 참가자가 있었다.
주씨는 심각한 근육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참가자를 얼른 동굴 안으로 옮겼고, 불을 피워 얼어붙은 손발을 녹여주고 안마를 해줬다.
잠시 뒤에는 다시 4명의 마라토너들이 찾아와 동굴 속으로 안내해주었다.
그는 이어 아직 다른 선수들이 밖에서 어려움에 처했다는 말을 듣고는 비바람을 뚫고 주변을 수색해 쓰러져 있는 마라톤 참가자를 발견해 다시 동굴로 데리고 왔다.
그가 이렇게 동굴로 피신시켜 목숨을 구한 산악마라톤 참가자는 남성 3명, 여성 3명 등 총 6명이다.
산악마라톤 참가자 장샤오타오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서 "(주씨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그가 없었다면 계속 바깥에서 위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보통 사람이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대단하지 않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이미 목숨을 잃은 남성 두 명을 발견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주씨와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들도 산악마라톤 참가자들에게 식량과 이불을 제공하고 수색작업에 동참했다.
이번 100km 산악마라톤 크로스컨트리는 간쑤성 기상국이 경기 하루 전인 지난 21일 중요 일기예보를 통해 "21∼22일 강풍과 강우, 온도 하강이 예상된다"며 폭우와 우박, 천둥·번개, 강풍 등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음에도 강행돼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마라톤 참가자 172명 가운데 21명이 숨지고, 8명은 아직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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