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착륙 사건 후 첫 성명서 강변…"기장이 직접 항공사와 의논해 결정"
"기내 벨라루스인 체포는 폭동 예비 혐의 때문…서방, 레드라인 넘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벨라루스 당국의 아일랜드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이 맹렬한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폭탄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여객기의 비상착륙은 전적으로 합당한 조치였다고 강변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여객기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통보는 스위스로부터 그리스 아테네, 리투아니아 빌뉴스,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 등으로 동시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항공기가 벨라루스 국경을 넘어왔고 우리 영공에 있었다. 우리는 이 정보(기내 폭발물 설치 정보)를 기장에게 알리고 이를 공개해야만 했다"면서 "(폭발 위협 세력이) 하마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승무원들은 결정을 내릴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벨라루스 측이 강제한 것이 아니라 여객기 기장이 항공사, 목적지인 빌뉴스 공항 측과 의논해 민스크 공항에 착륙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빌뉴스에 가까운 지점에서 민스크로 회항한 이유에 대해선 빌뉴스, 르포프와 키예프(우크라이나), 바르샤바(폴란드) 등의 공항들이 폭발물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객기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루카셴코는 이륙한 벨라루스 공군 미그(MiG)-29 전투기가 여객기 기장에게 민스크 공항 착륙을 강요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전투기의 과제는 여객기를 위기 상황에서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국가 출신의 승객 123명과 6명의 승무원이 공중에서 위험에 처해 있었다"면서 비상착륙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는 "만일 비행기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고 테러리스트가 그것을 터뜨리려고 했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나는 여객기가 우리 국민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나를 비난하지 말라. 나는 자국민을 보호하며 합법적으로 행동했다"고 항변했다.
루카셴코는 비상착륙 한 여객기에서 해외에 머무는 벨라루스 야권 활동가 라만 프라타세비치(26)와 그의 러시아인 여자친구(23)를 체포한 것에 대해선 "그들이 벨라루스에서 유혈 폭동을 일으키려 예비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프라타세비치는 테러리스트 목록에 올라 있으며 그가 운영한 텔레그램 채널은 극단주의 조직으로 인정돼 있다면서 "벨라루스 국적자인 프라타세비치와 벨라루스 영주권을 가진 그의 여자친구를 공항에서 체포한 것은 우리의 주권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방이 객관적 정보에 관심이 없고 관성적으로 벨라루스를 비난하고 있다면서, 벨라루스의 적대 세력들은 '레드라인'을 넘어 행동했고, 상식과 도덕의 경계도 넘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23일 벨라루스 당국은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자국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로 착륙시켰다.
이를 위해 자국 공군 전투기까지 이륙시켜 여객기를 호송했다.
벨라루스 측은 이 여객기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테러 위협이 접수돼 비상 착륙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던 폴란드 망명 벨라루스 야권 활동가 프라타세비치와 여자친구 소피야 사페가가 민스크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벨라루스 당국이 이들을 구금하기 위해 여객기를 납치했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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