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일반알현서 폴란드 출신 피해자와 특별한 만남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시간) 수요 일반알현에서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와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바티칸 사도궁 옆 '산 다마소' 안뜰에서 열린 일반알현에는 벨라루스 태생의 폴란드 여성 리디아 막시모비치(81)가 자리를 함께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 현장인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왼팔에는 아직도 수용자 번호 '70072'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막시모비치는 벨라루스에서 거주하던 1943년 만 3세가 채 되지 않은 나이로 가족과 함께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 수용소에서는 악명 높은 나치 의사 요제프 멩겔레의 생체 실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945년 종전 후 막시모비치는 부모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폴란드의 한 가톨릭 신자 가정에 입양됐다.
이후 18세가 된 1960년대 초 연락이 두절됐던 친모와 극적으로 재회해 화제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의 상징인 수용자 번호 때문에 이 만남이 가능했다고 한다.
친모('70071')와 이어진 수용자 번호가 실마리가 돼 서로가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돼 널리 알려졌다.
막시모비치는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고자 하는 한 비영리단체 초청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와중에 이날 수요 일반알현에 참석했다.
교황은 자신을 알현하고자 긴 여정을 마다하지 않은 막시모비치를 크게 환대했다.
특히 막시모비치가 수용자 번호를 보여주고자 소매를 걷어 올리자 허리를 숙인 채 번호에 입을 맞춰 주목을 받았다.
교황은 이어 막시모비치의 머리에 손을 얹고 한동안 얘기를 나눈 뒤 길지 않은 만남을 마무리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막시모비치는 알현 후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자신의 수용번호에 입을 맞춘 장면에 대해 다소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힘을 줬고, 나를 세상과 화해시킨 제스처"였다고 의미를 전했다.
그러면서 "매일 교황님을 위해 기도한다. 교황님을 향한 신의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교황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언급하며 정치·이념적 극단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2016년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직접 방문해 희생자 추모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올 2월에는 이탈리아 로마에 거주하는 헝가리계 유대인 작가 에디트 브루츠크(89)의 자택을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독일 나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 100만 명을 비롯해 유럽 점령지역에서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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