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0.02% 불과 '엔진넘버원' 펀드, 2대주주와 손잡고 '반란' 성공
고전하는 엑손모빌에 기후변화 대처 압박 거세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세계 최대 정유기업 중 하나인 미국 엑손모빌의 이사회에 기후변화 대처를 표방하는 소규모 헤지펀드가 최소 2명의 이사를 입성시키는 파란을 일으켰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엑손모빌의 경영전략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소형 행동주의 펀드(기업구조에 적극 개입하는 헤지펀드)인 '엔진넘버원'(Engine No. 1)이 주주 표결을 통해 이날 엑손모빌 이사회에 2명의 이사 자리를 확보했다.
표결이 계속되고 있어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엑손모빌 이사는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 엑손모빌 이사회는 총 12명이다.
엔진넘버원은 미국 기업의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온 헤지펀드로, 이 펀드가 석유·가스 등 화석에너지 부문에서 주주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엔진넘버원의 엑손모빌 지분은 0.02%에 불과하지만, 엑손모빌 2대 주주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반란'에 성공했다.
엔진넘버원과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들은 엑손모빌의 경영진에게 기후변화에 문제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미래 가치 보장을 요구하며 전략 수정을 압박해왔다.
엑손모빌은 에너지 대기업들이 화석연료 부문의 투자를 대폭 줄이는 추세와 반대로 석유·가스수요 성장세를 상대적으로 더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등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다른 정유 메이저사들의 행보에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수년 동안은 부채가 급격히 늘었고 작년에 엑손모빌은 224억달러(약 25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내기도 했다.
기후변화 대처를 내세운 엔진넘버원 측 인사들의 이사회 진출로 엑손모빌은 경영전략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의 입지도 흔들리게 됐다.
우즈 CEO는 성명을 내고 "두 이사를 환영한다"면서 "이분들과 모든 주주를 위해 건설적으로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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