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조 영업익 노리는 현대차·기아, 잇단 악재에 발목잡히나

입력 2021-05-28 06:33   수정 2021-05-28 07:19

올해 12조 영업익 노리는 현대차·기아, 잇단 악재에 발목잡히나
제네시스·RV 판매 호조에 연간 영업익 컨센서스 11.8조
반도체 공급 부족에 생산 차질…노조 리스크·품질 이슈 부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현대차·기아[000270]가 전기차 시장 확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레저용 차량(RV)의 선전 등으로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서 질주하며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심화로 국내외 공장 가동을 잇달아 중단하는 등 '5월 보릿고개'가 현실화한데다 최근 노조 리스크와 품질 이슈 등 고질적인 문제가 재차 불거지며 잇단 악재에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 올해 연간 영업익 12조 육박할 듯
28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2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현대차[005380]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조7천84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02.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192.9% 늘어난 7조1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아의 경우 증권사 16곳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2천53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63.57%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으로는 4조8천8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32.69%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양사의 올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11조8천억원을 넘어서며 2012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 수준(11조9천592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저 효과와 수요 회복으로 V자로 반등하는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4월 미국 판매는 작년 동기보다 127.1% 증가한 15만994대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15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제네시스가 308.7% 증가한 3천294대 팔리며 2개월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도 두 회사는 작년 동기보다 317.3% 급증한 7만8천495대를 판매하며 유럽 시장 점유율을 7.5%로 작년 동기 대비 1.1%포인트 끌어올렸다. 이 같은 성장세에 현대차·기아는 2월에 이어 4월에도 BMW를 제치고 유럽시장에서 4위를 차지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까지 차량용 반도체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일부 반영되겠지만 내수·미국·글로벌로 이어지는 신차 투입과 고가인 RV·럭셔리 모델의 비중 상승에 따른 믹스 개선 효과가 만회하면서 하반기에도 견조한 실적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전용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 5와 하반기 출시될 기아 EV6와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도 기대를 모으는 요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를 작년 대비 50% 증가한 35만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9%에서 올해 5.0%로 1.1%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반도체 수급난 2분기 정점…차질 불가피
다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2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긴급하게 필요한 반도체 물량은 가격을 높여서라도 구매함에 따라 직접적인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생산 차질 역시 계속 발생 중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아산공장에서 4월 2차례에 걸쳐 4일간 가동을 중단했고, 이달 들어서는 울산·아산공장에서 4차례 휴업을 했다. 기아도 반도체 수급난 이후 처음으로 광명 공장에서 1차례 가동을 중단했고, 이날까지 미국 조지아 공장도 휴업한다.
자동차 생산 원가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단가는 약 471달러로, 생산원가 내 비중은 약 2% 수준이다.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20% 일괄 상승하게 되면 생산원가는 약 0.4% 상승하게 되는 셈이다.
송 연구원은 "원가 상승분을 완성차와 부품업체가 반반씩 공유하면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2% 감소할 것"이라며 "반도체를 구할 수 없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1만대당 감소할 수 있는 예상 매출액은 2천4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 노조리스크에 품질 이슈까지
노조 리스크도 우려를 낳는 요인 중 하나다.
현대차 노사는 26일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열고 교섭에 돌입했다. 예년보다 상견례 일정을 앞당기며 빠른 타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해외 투자와 고용 보장 등의 쟁점이 변수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현지 생산 등을 포함한 8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해외 투자에 앞서 국내 공장 고용 보장을 위한 특별협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품질 이슈가 계속 불거지는 것도 부담이다.
현대차가 22년만에 선보인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는 출시 한 달 만에 투어러 모델의 일부 차량에서 창문(2열 파노라믹 윈도우)을 비스듬히 열어 둔 상태에서 문(후석 슬라이딩 도어)을 닫을 경우 충격으로 창문이 깨지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현대차는 서둘러 조치 방안과 추가 보상 방안 등을 검토 중이지만, 스타렉스 후속 모델임을 거부하고 야심차게 이름까지 바꾸며 내놓은 신차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리콜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전날 국토교통부는 제네시스 G80(DH) 22만대와 그랜저(IG) 19만대, 스포티지(QL) 18만대, K7(YG) 10만대 등 현대차·기아 4개 차종 70만대에서 전자제어 유압장치(HECU)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하고 시정조치(리콜)를 내렸다.
이달 초에는 미국에서 2013∼2015년 싼타페 20만3천대 등 18만7천대가 엔진 화재 가능성으로 리콜에 들어가게 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5년 9월 북미 시장 쏘나타 엔진 리콜로 시작돼 매해 대규모 품질비용 이슈가 반복되면서 피로감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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