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부터 상속…줄거리·배역 등 007시리즈에 절대적 영향력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인수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MGM이 보유한 판권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영화 007시리즈로 꼽힌다.
그러나 아마존은 84억5천만 달러(한화 약 9조5천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하면서도 007시리즈의 판권을 절반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영화 시리즈로 꼽히는 007의 나머지 판권 50%를 보유하고 있는 남매를 소개했다.
바버라 브로콜리와 마이클 윌슨은 1996년 사망한 미국의 영화 제작자 앨버트 브로콜리로부터 판권을 물려받았다.
뉴욕 출신인 브로콜리는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영화화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뒤 1962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닥터 노'를 시작으로 007시리즈를 제작했다.
친딸인 바버라, 재혼한 부인의 아들인 마이클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007시리즈에 관여했다.
현재 60세인 바버라는 1977년 '나를 사랑한 스파이'가 제작될 당시 홍보부서에서 일을 도왔고, 79세인 마이클은 1964년 작 '골드 핑거'에 단역으로 직접 출연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007시리즈에 대해서는 백과사전식 지식을 지니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 제작 과정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의 내용은 물론이고 주인공 배역도 남매의 결정이었다.
이들 남매는 007시리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돈을 더 벌 수 있는 유혹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007을 테마로 한 호텔과 카지노를 만들자는 업계의 제안을 거절했고, 007시리즈에 등장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 시리즈를 만들자는 제안도 무산시켰다.
애플과 컴캐스트 등 007시리즈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이들 남매에게 판권을 넘길 것을 타진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는 전언이다.
WSJ은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있는 아마존은 향후 원만하게 사업을 벌이기 위해 이들 남매와 미리 관계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이 향후 아마존과 의견충돌 없이 007시리즈를 제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 남매는 아마존의 MGM 인수가 발표된 뒤 "제임스 본드 영화를 앞으로도 전 세계의 극장에서 상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짧은 성명을 발표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인 '프라임 비디오'를 운영하는 아마존을 위해 극장 개봉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남매는 이미 007시리즈 최신작인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를 오는 10월 극장에서 개봉하기로 했다.
kom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