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인도 여부 결정 앞두고 폭스뉴스 인터뷰…"상식이 승리할 것"
실패한 위장 납치극 거듭 주장…"北 외교관, 더 나은 삶 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는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이 스페인으로 보내질 경우 북한에 암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크리스토퍼 안은 2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이 나라(미국)를 떠난다면 암살당할 수 있다고 미국 법무부는 내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똑같은 법무부가 나를 (스페인에) 인도하려 한다"며 "무척 실망스럽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정부는 크리스토퍼 안이 2019년 2월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반(反)북한단체 '자유조선' 소속 용의자 7명 중 한 명이라며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미국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스페인에 신병을 넘길 것을 사법부에 요청한 상태다.
미국 검찰은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과 관련해 2019년 4월 크리스토퍼 안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체포했고 주거침입, 불법감금, 협박, 폭력을 수반한 강도, 상해, 조직범죄 등 6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2019년 7월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전자발찌를 착용한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법원은 내가 이 나라를 떠나면 저와 주변 사람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법원 관계자들)은 (저를 둘러싼) 위험이 여기 미국에도 있고 미국을 떠나면 그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전히 미국과 미국 국민을 믿는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논리와 상식이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은 스페인 주재 북한 외교관의 망명을 돕기 위해 위장 납치극을 벌이려다 실패로 끝난 사건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유조선은 북한 외교관 요청에 따라 납치 사건으로 가장하려 했으나 내막을 모르는 북한 대사관 소속 한 여성이 대사관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스페인 경찰에 신고하면서 일이 어그러졌다는 게 크리스토퍼 안의 주장이다.
크리스토퍼 안의 인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가 반(反)북한단체 '자유조선' 멤버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스페인으로 신병이 넘겨지면 "김정은 정권이 (그를) 암살할 것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폭스뉴스는 "크리스토퍼 안은 김정은이 자신의 등 뒤를 노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며 "그의 지지자들은 북한 암살단이 그를 제거하거나 평양으로 납치해 여론 조작용 공개 재판을 열어 반체제 활동으로 처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우리가 그곳(북한 대사관)에 들어간 전적인 이유는 (북한) 사람들을 돕고자 했던 것"이라며 "실제 증거를 보고 상식으로 판단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더 믿을만한지는 매우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 당시 북한 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은 "더 나은 삶을 선택하기를 원했고 북한 체제하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것을 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북한에서) 평생 거짓말을 주입받다가 서구 국가(스페인)에 왔고 자신이 들은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식들을 위해 원하는 바를 결정해야 했다"며 "나는 그들의 생명을 구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지난 25일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오토 웜비어 부모가 출석해 자신의 송환 반대를 탄원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크리스토퍼 안과 미국 버지니아대 동문이라는 인연이 있는 오토 웜비어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2017년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된 뒤 숨졌다.
오토 웜비어 부모와 함께 증인으로 나섰던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는 폭스뉴스에 "북한은 암살에 만료 시한이 없다는 것을 보여줘 왔다"며 크리스토퍼 안이 송환될 경우 "북한은 스페인에 있는 그를 찾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폭스뉴스는 미국 법원의 크리스토퍼 안 인도 여부 결정에는 몇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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