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만 아니다…'돈줄 죄기' 신호등 켠 중앙은행들

입력 2021-05-30 06:31  

한국은행만 아니다…'돈줄 죄기' 신호등 켠 중앙은행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작년부터 유례없는 '돈 풀기' 정책을 펴온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달라진 움직임에 시장의 눈길이 한층 더 쏠리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 터키와 러시아, 브라질이 자본유출을 억제하고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에서조차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 전략이 거론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테이퍼링 거론하기 시작한 연준
30일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4월 회의록에는 "다수 위원이 경제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를 향해 빠르게 개선되면 향후 회의 중 언젠가 자산매입 속도 조정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문구가 실렸다.
연준의 통화정책 최고 결정기구인 FOMC가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 축소)을 언급한 것인 만큼, 지난 19일(현지시간) 이 회의록이 공개되자 시장은 한순간 긴장했다.
연준은 코로나19로 경제에 충격이 오자 작년 3월 기준금리를 현재의 '제로금리' 수준(0.00∼0.25%)으로 내린 데 이어 그해 6월부터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해왔다.
월 채권 매입 규모는 미 국채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 등 1천200억달러에 달했다.
시장이 긴장하는 배경 중 하나로는 높아지는 물가 압력도 있다.
이달 12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월보다 4.2% 올라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튿날 공개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6.2% 올라 2010년 미 노동부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일부 연준 위원은 의사록이 공개된 뒤 테이퍼링에 대한 군불을 지피는 듯한 발언도 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달 20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가속 페달에서 발을 천천히 떼는 것이 여기서 해야 할 현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21일 워싱턴 포스트 주최 온라인 토론회에서 조만간 자산매입을 줄이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연준의 '넘버2'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도 25일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때가 올 것이다. 그 시점에서 우리는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현지 언론은 다음달 FOMC 회의나 8월 잭슨홀 회의 때 연준의 공식적인 입장 선회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하고 있다.
연준은 6월 정례 회의 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는 만큼 경제 판단이 달라지면 입장 선회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잭슨홀 회의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회의로, 2010년에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2차 양적완화 정책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과거 연준 총재가 몇차례 중요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제롬 파월 현 의장도 지난해 잭슨홀 회의 때 새로운 연준의 정책목표인 '평균물가안정 목표제'를 발표한 바 있다.

◇ 터키·브라질은 이미 금리 인상…"연내 인상" 가능성 언급한 한은
중앙은행의 기조 변화는 미국보다 다른 나라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0.25%로 동결하면서 2022년 3분기에 0.5%로 올리고 이후 점진적으로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앞서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미 지난달 21일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국채 매입 규모의 4분의 1가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자본 유출 등의 우려가 큰 개도국 터키와 러시아, 브라질 등은 올해 들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어찌 보면 지난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을 연상시키는 상황이다.
당시 미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자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된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실기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있다"면서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준의 통화정책은 고려하되, 거기에 일대일로 매칭해서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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