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도 본적 없다…아내까지 잃을까 두려워"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가족 14명을 잃었어요. 단 몇 초 만에요"
일요일이었던 지난 16일 오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있는 한 민간 아파트에 폭탄이 날아들었다. 이 공격으로 아파트는 무너져 내렸고, 여기서 살던 자영업자 알라 아부 아우프(48)는 두 딸을 비롯해 친인척 등 가족 14명을 잃었다.
아우프는 "이런 경우는 영화나 현실에서도 본 적이 없다.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폭발이 너무나도 강력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로켓포와 폭탄 공격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가 휴전을 선언한 지 일주일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사태로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아우프의 사연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아우프가 살던 아파트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졌다. 아우프 가족의 장녀인 마이사는 "창밖으로 엄청나게 밝은 빛을 봤다"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우리가 복도로 달려 나왔을 때 두 번째 로켓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집이 무너졌다"면서 "우리는 잔해 속에 묻혀 있었다. 그 안에서 몇 시간 동안 소리치면서 도움을 기다렸다"고 전했다.
마이사는 한두 시간 후 구조됐다면서 여동생 사이마가 자신 곁에서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우프의 아내도 이 공격으로 크게 다쳐 생사를 헤매고 있다.
아우프는 당시 아내가 척추 골절 등으로 의식을 잃은 상황이었다면서 "구급차를 요청했지만 도로가 파괴돼 병원으로 곧바로 옮길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의 아내는 가자지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해 즉각 수술받지 못했다.
아우프는 "아내에게 강해지라고, 얼른 나아서 딸들을 다시 봐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대답을 하지는 않아도 들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6일 그의 아내는 가자지구를 벗어나 요르단강 서안(웨스트뱅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최근까지도 중태에 놓여 있어, 언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사는 "동생들이 지금까지도 충격을 크게 받은 상태"라면서 "안정을 되찾고 사고를 잊을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당시 공습이 하마스를 겨냥한 것이었다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데엔 "의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일 하마스가 분쟁지역 예루살렘 내 병력의 철수를 요구하며 로켓을 발사하자 가자지구를 상대로 대대적인 공습을 벌였다.
이로부터 열흘 만인 지난 20일 양측은 국제사회의 중재로 조건 없는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무력 충돌로 인해 팔레스타인에서는 아동 61명 등 230여 명이 숨졌고, 이스라엘에선 1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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