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주담대 금리 22개월來 최고, 신용대출 금리 작년 8월보다 1%p 뛰어
금리상승 속도 빨라질 듯…72% 변동금리 속 금리 1%p↑, 이자 12조↑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처음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지난 1년여간 이어진 완화적 통화정책의 '종료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 부동산·주식·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 등의 영향으로 가계 빚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상황에서 앞으로 금리까지 오르면 가계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 전부터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채권 금리가 미리 뛸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가계가 갚아야 할 이자도 갈수록 불어나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1년간 가계 빚 10%, 153.6조 급증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천765조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03년 이전 가계신용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사실상 최대 기록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코로나19 초기인 작년 1분기 말(1천611조4천억원)과 비교하면 가계신용은 1년 새 153조6천억원(9.5%)이나 불었다. 올해 1분기에만 37조6천억원이나 늘었는데, 금융당국의 규제 등에도 불구하고 가계 빚이 커지는 속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1분기 말 현재 잔액은 1천666조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사상 최대 기록으로, 작년 4분기 말(1천631조5천억 원)보다 34조6천억원 또 늘었다.
1분기에만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931조원)이 20조4천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35조원)도 14조2천억원 증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사실상 '금리 인상' 준비에 들어간 가장 큰 이유도 이 가계대출 문제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가계 채무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산가격 상승과 연계해 '위험 추구' 행태가 강해지면서 가계부채가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해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되면 부작용이 너무 크고, 그것을 다시 조정하려면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므로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은행 가계대출 금리 15개월만에 '최고'…금통위 후 채권금리 벌써 '들썩'
은행 대출 금리는 이미 지난해 7∼8월 저점을 지나 계속 오르는 추세다.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압력) 등이 반영되면서 채권 금리 등 은행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91%로 3월(2.88%)보다 0.03%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1월(2.9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73%로 한 달 새 변화가 없었지만, 2019년 6월(2.74%) 이후 최고 수준을 두 달 연속 유지했다.
일반신용대출 금리(3.65%)도 지난해 8월(2.86%)과 비교하면 약 1%포인트(0.99%p) 높아진 상태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언급까지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은행권 대출 금리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27일 금통위 이후 채권 금리가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앞날보다 3.8bp(1bp=0.01%포인트)나 오른 연 1.162%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5년물, 2년물도 각 2.1bp, 3.5bp, 3.2bp 뛰어 연 2.132%, 연 1.673%, 연 0.957%에 이르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통위 이후 주로 외국인의 채권 투자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 가계대출 72% 변동금리 추산…금리 1%p 오르면 자영업자 이자 5.2조↑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천억원 증가한다.
소득분위별 이자 증액 규모는 ▲ 1분위 5천억원 ▲ 2분위 1조1천억원 ▲ 3분위 2조원 ▲ 4분위 3조원 ▲ 5분위 5조2천억원으로, 5분위 고소득층을 빼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만 6조6천억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 추산은 소득분위별 가계대출(금융부채) 가운데 약 72%를 변동금리 대출로 보고 분석한 결과다.
같은 방법으로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5조9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분위별 증가액은 ▲ 1분위 2천억원 ▲ 2분위 6천억원 ▲ 3분위 1조원 ▲ 4분위 1조5천억원 ▲ 5분위 2조6천억원이다.
아울러 대출금리가 1%포인트 뛰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천억원이나 커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출기관별로 나눠보면 은행 대출자의 이자가 3조3천억원,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 이자가 1조9천억원 불어난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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