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털사 인종학살 100주기…생존자 "그날의 비명 여전해"

입력 2021-05-30 14:07  

미 털사 인종학살 100주기…생존자 "그날의 비명 여전해"
백인 폭도들, '블랙 월스트리트' 흑인타운 습격해 최대 300명 살해
배상 문제가 쟁점…바이든, 6월 1일 털사 방문해 생존자 면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인종 폭력 사건으로 불리는 '털사 인종 대학살'(Tulsa Race Massacre)이 오는 31일(현지시간)로 100주기를 맞는다.
미국 언론들은 29일(현지시간) 털사 대학살 100주기를 앞두고 역사적 의미와 현재의 쟁점 등을 진단하는 보도를 일제히 내보냈다.
털사 대학살은 1921년 5월 31일부터 이틀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시(市) 그린우드에서 백인들이 최대 300명의 흑인(2001년 오클라호마주 조사위원회 추정치)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다.
그린우드는 당시 '블랙 월스트리트'로 불릴 정도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흑인 동네였으나 이 사건으로 폐허가 됐다.
학살극은 당시 그린우드의 19살 흑인 구두닦이 청년 딕 롤런드가 흔들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17살 백인 소녀 세라 페이지의 몸에 손이 닿은 사건에서 시작됐다.
폭행 혐의로 기소된 롤런드는 무죄를 주장했으나 백인들은 롤런드에 보복을 하기 위해 시내에 모였고 롤런드를 보호하려는 흑인과 총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백인들이 숨졌다.



이에 분노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그린우드를 급습해 총격과 약탈, 방화를 벌였고 털사 경찰은 백인 폭도들에게 무기를 제공하며 흑인들에 대한 학살을 방치했다.
블랙 월스트리트의 1천200여 개 건물은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로 변했고 수천 명이 집을 잃고 그린우드를 등졌다.
하지만 당시 언론들은 이 사건을 백인과 흑인간 무장 충돌로 묘사했고 오클라호마주 대배심은 관련 재판에서 무장한 흑인들 때문에 빚어진 사건으로 규정한 뒤 백인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털사 대학살은 1997년 오클라호마주 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사건의 진상을 다시 파악하기 전까지는 '털사 인종 폭동'(Tulsa Race Riot)으로 불렸다.
털사 학살에서 살아남아 현재까지 생존해있는 피해자는 비올라 플레처(107)와 휴스 밴엘리스(100) 남매, 레시 베닝필드 랜들(106) 등 3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지난해 오클라호마주와 털사 카운티, 털사시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며 지난 19일 미국 의회에 출석해 털사 학살을 증언했다.
플레처는 "나는 아직도 총에 맞은 흑인 남성과 거리에 놓인 시체를 보고, 화재 연기와 총격 냄새를 맡는다. 머리 위로 날던 비행기 소리와 비명도 여전히 들린다"며 "백인 폭도들의 폭력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매일 학살을 겪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 나라가 역사를 망각할지는 몰라도 나는 그럴 수 없다"며 "107살이 됐지만, 아직 정의 실현을 보지 못했다. (정의 실현의) 그날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털사 학살은 오랫동안 미국 역사에서 묻혀있었다"며 "기억되거나 (아이들에게) 가르쳐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털사 학살은 현재 배상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쟁점이다.
31일로 예정된 100주기 기념행사의 메인이벤트 중 하나인 추모 콘서트도 배상 문제로 취소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오클라호마주와 털사시 등이 참여한 털사 학살 100주기 행사위원회는 생존자 3명에게 10만 달러를 지급하고 200만 달러 규모의 배상기금을 조성하는 안을 마련했으나 생존자와 관련 단체들이 거부했고 이 여파로 콘서트도 취소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털사를 방문해 생존자를 면담하고 연설을 할 예정이다. 배상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NBC 방송은 "바이든의 털사 방문은 미국 역사에서 제외되고 국가 차원에서 무시돼온 학살 사건을 인정하려는 새로운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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