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일 대선 결선 앞두고 특정 후보 반대 시위 잇따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페루의 공산화를 우려하는 여론과 '후지모리 부녀 대통령' 탄생을 저지하려는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30일(현지시간) EFE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페루 수도 리마의 산마르틴 광장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좌파 대선 후보 페드로 카스티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페루 축구 대표팀 유니폼 등을 입은 시위대는 '공산주의 반대', '테러 반대', '민주주의에 투표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이들은 좌파 정당 자유페루당의 카스티요가 당선되면 페루가 공산국가가 될 것이라며, 우파 민중권력당 후보 게이코 후지모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동참한 디에고 바르가스는 EFE에 "페루 국민은 공산주의가 우릴 통치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페루에 공산주의를 들여오려는 자유페루당의 위협으로부터 조국을 지키는 것은 모든 페루 국민의 의무"라고 말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22일 같은 장소에서는 후지모리 후보에 반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모인 바 있다.
당시 시위대는 후지모리 후보가 "독재자의 딸"이자 "부패 범죄자"라며 '후지모리주의'의 부활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 삼수생인 후지모리 후보는 1990∼2000년 집권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반인륜범죄 등으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두 시위 모두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상당수였다.
내달 6일 치러지는 결선은 초등교사 출신의 사회주의자 카스티요와 보수 정당 대표인 후지모리의 '극과 극' 대결로, 지지 표심보다는 반대 표심이 좌우할 선거가 될 것으로 일찍부터 점쳐졌다.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후지모리 후보는 대선 초반 '후지모리만큼은 뽑지 않겠다'는 여론이 70%를 넘길 정도로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였으나, 급진 좌파 성향의 카스티요가 1차 투표 1위로 깜짝 부상하자 차라리 후지모리를 택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카스티요가 당선되면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반(反)후지모리주의' 대표 주자였던 노벨문학상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도 이번만큼은 후지모리가 '차악'이라고 말한 바 있다.
EFE 통신은 이번 선거 대결이 '반후지모리주의'와 '반공산주의'의 대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팽팽히 엇갈리는 여론을 반영하듯 두 후보의 지지율도 박빙이다.
이날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조사에서 카스티요의 지지율은 51.1%, 후지모리는 48.9%로, 격차가 오차범위(±2.52%) 이내였다.
두 후보는 30일 TV 토론에서 맞붙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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