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세력 탄압 군정은 '무대책'…시민불복종에 반중감정으로 백신 접종도 차질
식당·시장·배에서도 '노마스크' 다수…코로나 검사 10분의 1에도 확진율은 급증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쿠데타에 이은 무차별 유혈 탄압의 공포가 여전한 미얀마의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인도나 태국, 방글라데시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에 비해 공공보건 상황이 나을 것 없는 미얀마도 코로나 재확산 가능성은 커 보인다.
그러나 군경의 총탄이 어디서 날아올지, 언제 군홧발에 짓밟혀 끌려갈지 모른다는 공포감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은 뒷순위로 밀린 듯한 분위기다.
미얀마 군부는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면서 코로나19와 관련된 기존 문민정부의 확산 방지 수칙을 거의 해제했다.
극장과 나이트클럽 정도만 아직 문을 못 열고 있을 뿐, 30인 이상 집합 금지도 해제했고 식당과 호텔에 대한 출입 등도 제한이 없어졌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코로나19 예방의 가장 기본적 수칙인 마스크 착용도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린 분위기다.
태국 등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까지 물리는 등 강력한 조치 덕에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다시피 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29일 기자가 찾은 양곤의 한 미얀마식 해물 요리 전문 체인점이 그런 사례 중 하나였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이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종업원 중 서너 명 중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는 점이었다.
지배인 유웨이만 씨는 기자에게 "군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코로나19 관련 제한을 해제해줘서 그나마 직원들 월급이라도 줄 수 있게 됐다"며 은근히 코로나19 조치 해제를 환영하는 눈치였다.
그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유를 묻자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지만 바쁘다 보니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서로 바쁘니 강요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양곤의 다른 시내 모습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양곤에 7년째 살고 있다는 한인 A씨는 기자에게 "양곤 거리에 마스크 쓴 사람보다 쓰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심지어 큰 재래시장에 가면 거의 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미얀마 보건체육부는 지난달 27일 발표에서는 1천788명을 검사했더니 확진자 96명이 나왔다고 했다.
28일에는 검사자 1천230명 중 확진자가 72명이라고 밝혔다.
군부 쿠데타 이후 하루 코로나19 검사자 숫자가 이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는데, 1%대에 머물던 확진율은 27일 5.35%, 28일 5.85%로 갑자기 5%대로 크게 늘었다.
한국은 같은 28일에 12만2천892명 검사에 587명이 확진돼 확진율 0.47%를 보였다.
단순히 확진율로만 비교하더라도 10배가 넘는 수치이다.
미얀마에서도 최근 들어 재확산이 상당히 진행됐을 수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검사자 수는 터무니없이 적다.
여기에는 쿠데타 이후 의료진이 대거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한 게 가장 컸다.
또 군부 '뒷배'인 중국이 제공한 코로나19 백신은 맞지 않겠다는 반중 감정도 일조했다.
기자와 만난 국립병원 의사 까 웅 또 씨는 "현재 미얀마 병원엔 의사도, 간호사도 거의 없고 군의관과 군 간호사가 대부분"이라며 "군부를 믿지 않으니 아파도 이들이 있는 병원엔 가지 않으려고 하고, 백신도 맞지 않으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미얀마와 가까운 태국, 인도, 방글라데시에서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진행 중이어서 미얀마도 그럴 위험이 없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면서 "시민들은 위생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예방이 뒤로 밀린 듯한 사회 분위기를 우려한 미얀마 한국대사관 및 한인회에서는 공지문을 통해 재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교민들은 물론이고, 현지인 가사 도우미 또는 운전기사들에게도 위생수칙을 준수하도록 주의시켰다.
그렇지만 군정은 쿠데타 때문에 코로나19가 확산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걸 꺼려하는지 몰라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주 인도와 맞닿은 서부 친주 및 사가잉 지역 두 곳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택체류 명령을 내린 것 외엔 별다른 조치가 없다.
열심히 반(反)군부 수배자 명단을 발표하는 관영 매체가 그런 노력의 몇 분의 1이라도 코로나 재확산 예방 캠페인에 할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군부가 쿠데타 이후 총탄으로 죽인 시민들 840여명보다 훨씬 많은 무고한 시민의 목숨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위태롭게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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