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저출산에 5년 반 만에 2자녀→3자녀로 허용 확대
수년전부터 산아제한 폐지 검토…"보육서비스 개선 절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14억 명 인구 대국인 중국이 저출산 우려에 세 자녀까지 허용하며 40여년 만에 사실상 산아 제한 정책을 폐지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이는 현재와 같은 '2자녀 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경제 발전에 따른 미혼, 핵가족이 늘어날 경우 향후 중국의 인구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 중국도 고민…5년 반 만에 산아 정책 추가 완화
중국은 신중국 건국 이래 식량난 등 경제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인구 조절 정책을 강력히 구사해왔다. 너무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1979년부터 강력한 인구 억제를 위해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정책 구호 아래 '한 자녀 정책'을 도입했다.
위반자에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며 출산을 엄격히 규제했다.
중국의 '국민 감독' 장이머우(張藝謀)가 많은 자녀를 뒀다는 이유로 무려 13억 원의 벌금을 내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것도 '한 자녀 정책'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됐다.
장 감독 부부는 2013년 '최소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는데도 대응하지 않다가 결국 2남 1녀를 두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벌금 처분을 받았다.
아울러 2000년대 들어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다자녀를 키울 수 있을 만큼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중국 정부는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는 지난 2016년부터 '인구계획생육법'을 수정해 35년간 유지돼온 '한 자녀 정책'에 마침표를 찍고 '전면적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두 자녀 정책'에 따라 9천만 쌍에 달하는 중국인이 두 자녀를 낳을 수 있게 됐으며, 이 정책이 본격적인 시행단계에 돌입하면 매년 평균 500만 명가량의 신생아가 추가로 태어날 것이라는 예측했다.
하지만 독신자와 저출산 추세가 빨라지면서 중국 정부의 예측은 빗나갔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 인구는 지난해 11월 기준 14억1천178만 명으로 여전히 14억 명대를 유지했으나 지난 10년간의 인구 증가율은 0.53%로 1960년대 이후 가장 낮았다.
또한 가파른 출산율 하락에 가구당 평균 인원이 처음으로 3명 밑으로 떨어졌다.
호적 가구당 평균 인원은 2.62명으로 10년 전의 3.10명보다 0.48명이 줄었다.
◇ '인구가 바로 국력' 중국 출산율 늘리기에 총력전
중국이 세 자녀까지 허용하기로 한 것은 '인구가 바로 국력'이라는 점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많은 인구는 중국 정부의 정상적인 운용에 부담이 됐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속에 내수 시장 규모가 중요해지면서 한 나라의 인구가 많을수록 경제력과 국력이 세지는 추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이 '쌍순환 경제'를 내세우며 내수 확대를 추진하면서 인구 감소는 향후 중국 경제에 커다란 리스크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도 세 자녀 허용을 발표하면서 "인구 구조를 개선하고 인구 노령화에 대응하는 국가 전략을 펼쳐 인력 자원의 이점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인구 전문가들은 중국 인구가 조만간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3년 안에 인도에 인구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올해 인구 센서스 결과를 공개하면서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가 중국 정부가 나서 해명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의 인구 유지가 힘들어졌음을 반영한 것이다.
2020년 중국의 출생인구는 1천200만 명으로 전년의 1천465만 명에서 급감했으며 합계출산율, 즉 가임기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1.3명으로 떨어졌다.
인구학자 허야푸(何亞福)는 인도의 출산율이 2.3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인도 인구가 중국을 2023년이나 2024년에 추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세 자녀 허용을 통한 사실상 산아제한 폐지 움직임은 수년 전부터 감지돼왔다.
지난 2018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는 산아 제한 폐지가 포함된 민법 수정 초안을 심의한 바 있다.
중국 우정당국이 2019년 돼지해를 앞두고 공개한 기념 우표의 도안에서는 어미 돼지 부부와 함께 새끼 돼지 3마리가 그려져 있어 산아 제한 폐지를 예고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돈 바 있다.
산시(陝西)성은 성(省)급 지방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가족 계획 정책 폐지를 요청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자이전우(翟振武) 인구학회장은 최근 중국 인구 조사 결과를 토대로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기간 중국의 인구가 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다자녀 정책보다는 보육 서비스 개선을 통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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