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도, 원주민 아동유해 무더기 발견에 "구체적 조치" 약속

입력 2021-06-01 21:18  

트뤼도, 원주민 아동유해 무더기 발견에 "구체적 조치" 약속
인디언 등 강제수용됐던 부지서 유해 200여구 추정
캐나다 시민 추모행렬…원주민 학대 역사에 "진실 규명"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캐나다 기숙학교 부지에서 원주민 아동의 유해가 무더기로 발견된 것과 관련해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31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주민 사회의 충격적인 경험 일부가 드러났다. 캐나다는 원주민 사회를 지원하고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자녀의 아버지로서 자신의 아이와 떨어져야 하는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며 "총리로서는 원주민 사회의 아이들을 빼앗아 간 부끄러운 정책에 충격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을 다시는 보지 못한 원주민 가정과 그들의 희망, 꿈, 가능성 그리고 살았더라면 이뤘을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면서 "이들은 이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과거 원주민 어린이들을 수용했던 옛 기숙학교의 부지에서 최근 유해가 대거 나왔다는 보도에 따른 것이다.
지난 28일 한 캐나다 원주민 부족은 남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에 있는 옛 캠루프스 인디언 기숙학교의 부지에서 지표투과레이더로 확인한 결과 세 살배기 등 어린이 215명의 유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과거 캐나다에서는 인디언과 이뉴이트족, 유럽인과 캐나다 원주민 혼혈인 메티스인 등을 기숙학교에 집단 수용하고 원주민 언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백인 사회 동화를 위한 교육이 시행됐다. 이 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 학대 등 인권 침해 행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15만 명 원주민 아동이 139개 기숙학교에 강제로 보내졌으며, 1890년∼1969년 운영된 캠루프스 기숙학교는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곳으로 최대 500명의 학생이 수용됐다.
관련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학대와 방치 등으로 사망한 어린이는 최소 4천100명에 달한다.
트뤼도 총리는 2017년에도 원주민 기숙학교가 "캐나다의 부끄러운 역사"라며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했으며, 이번 유해 발견에 대해선 "이번 고통스러운 발견은 내 마음을 찢어지게 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애도를 표시하는 차원에서 정부 기관 건물에 조기를 내걸었다.
어린이들의 유해가 발견된 해당 기숙학교 부지에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u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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