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정권교체냐, 첫 여성·부녀 대통령 탄생이냐…여론조사 격차 1∼2%P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페루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6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선 결선은 지난 4월 1차 투표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한 자유페루당의 페드로 카스티요(51)와 민중권력당 게이코 후지모리(46)의 맞대결로 치러진다.
두 후보는 이념 성향과 출신 배경 등 여러모로 양극단에 있는 인물이다.
마르크스주의를 기반으로 한 좌파 정당 자유페루당의 후보인 카스티요는 정치 경력이 거의 없는 시골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페루 북부 카하마르카의 농촌에서 태어나 교육학을 전공한 후 고향 초등학교에서 25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의 부모는 문맹의 농부였다.
그는 2017년 페루 교사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벌인 총파업 시위를 주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2002년 지방 소도시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것이 선거 경험의 전부였던 그는 지난해 10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자유페루당의 지명을 받았다.
18명의 후보가 완주한 이번 대선에서 카스티요는 초반 여론조사 한 자릿수 지지율로 주목받지 못했다가 선거 몇 주 전부터 상승세를 기록하더니 4월 11일 1차 투표에서 19%로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카스티요와 달리 게이코 후지모리는 유력 보수정당 민중권력당 대표이자 대선 3수생이다.
1990∼2000년 집권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로, 부모의 이혼 후 19세의 나이에 페루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인권 범죄 등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며, '독재자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 딸 후지모리도 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2011년과 2016년 대선 모두 결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던 그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지만, 막판 저력을 발휘하며 1차 투표에서 13.4%를 득표해 세 번째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정반대인 두 후보의 공통점이 있다면 지지자만큼이나 안티 세력이 상당하고, 논란도 많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딸 후지모리는 아버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인권 범죄와 부패 전력, 그리고 자신의 부패 혐의로 상당한 반감을 샀다.
카스티요의 경우 급진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페루가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겼다.
두 후보도 이러한 점을 이용해 서로 '반(反)공산주의'와 '반후지모리주의' 정서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논란 많은 후보들의 대결인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어느 정도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카스티요가 당선되면 페루는 좌파 정권교체를 이루고 중남미 좌파 블록은 힘을 얻게 된다. 게이코 후지모리는 승리할 경우 페루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부녀 대통령이 된다.
결선 결과를 예측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차 투표 1위인 카스티요가 결선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앞서고 있지만, 격차는 최근 1∼2%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페루의 정치 혼란이 이번 대선을 계기로 진정될지도 주목된다.
페루에선 2016년 대선 이후 무려 4명의 대통령이 취임했다.
당시 대선에서 후지모리를 꺾은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은 2018년 부패 스캔들로 탄핵당했고, 부통령으로서 자리를 승계한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도 부패 의혹 속에 지난해 9월 탄핵을 당했다.
비스카라의 빈자리를 메운 마누엘 메리노 전 대통령도 격렬한 탄핵 항의 시위 속에 닷새 만에 물러났다. 이어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대통령이 지금까지 임시 대통령 역할을 하고 있다.
6일 결선의 승자는 오는 7월 28일 사가스티 대통령에게 자리를 물려받아 5년간 페루를 이끌게 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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