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기 매체 탄압…여객기 강제착륙 등으로 언론인 체포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벨라루스에서 정부를 비판한 언론과 언론인들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벨라루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매체 '투트바이'(Tut.By)의 편집장 마리나 졸로토바(43)가 재판에서 탈세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지지자들은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평화 시위를 폭력 진압한 것을 보도한 데 대해 보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달 투트바이의 사무실과 졸로토바의 자택을 급습, 졸로토바를 체포했다. 졸로토바는 전날 기소돼 불과 하루 만에 재판을 받았다.
졸로토바 외에도 같은 매체의 직원 10여명도 함께 체포됐다. 투트바이의 사이트도 현재 당국에 의해 폐쇄된 상태다.
지난해 시작된 투트바이는 독자가 330만명에 달한다. 논조가 친정부도 아니고 반정부도 아닌 독립적인 매체로 자리매김해왔다.
비평가들은 이 매체가 지난해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을 사복경찰로 의심되는 범인이 살해했을 때 이 시민이 술에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 루카셴코 대통령을 곤란하게 하면서 정권의 눈 밖에 났다고 분석했다.
투트바이의 보도 이전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사망한 이 시민이 취중 싸움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투트바이는 이 시민의 혈액에 알코올 성분이 없었다는 의료 기록을 입수해 루카셴코 대통령의 해명을 뒤집었다.
투트바이 공동 창업자인 키릴 폴로신은 "그들이(당국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면서 매체를 해외로 이전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졸로토바가 매체의 재정적 업무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최근 반체제 언론인들을 노골적으로 탄압해왔다.
앞서 벨라루스 정부는 지난달 30일 서부 도시 그로드노에서 유명한 인터넷 뉴스 매체 '흐로드나라이프'(Hrodna.life)의 편집장 알리아크세이 쇼타를 체포했다.
쇼타는 극단주의 표현을 게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쇼타는 투트바이와 협력해왔다.
벨라루스 정부는 지난달 23일 전투기까지 동원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강제로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공항에 착륙시킨 뒤 비행기에 타고 있던 반체제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했다.
프라타세비치는 2019년 폴란드로 망명한 언론인이다.
벨라루스 당국은 여객기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접수됐다고 주장했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을 규탄하면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벨라루스에서는 지난해 대선에서 루카셴코가 재선된 뒤 부정 선거와 개표 조작 의혹으로 대규모 시위가 몇 개월 동안 계속됐고, 3만5천명 이상이 당국에 체포됐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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