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대통령 하임 헤르조그의 아들…노동당 대표 지내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은 무산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에서 처음으로 부자(父子)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2일(현지시간) 의원 투표를 통해 아이작 헤르조그(60)를 제11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날 크네세트 의원 120명 가운데 87명이 헤르조그에게 표를 던졌다.
헤르조그 당선인은 "어떤 지위에 있는 누구의 이야기도 경청하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합의를 위한 다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이 맞이한 큰 도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위상과 명성을 지켜야 하고, 반유대주의와 이스라엘에 대한 혐오와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르조그는 1983∼1993년 이스라엘의 6대 대통령으로 재직했던 하임 헤르조그(1997년 사망)의 아들이다.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부자 대통령' 타이틀을 단 그는 2018년부터 전 세계 유대인들의 '알리야'(이스라엘로 귀환)를 관장하는 이스라엘 유대 기구 의장을 맡아왔다.
미국 코넬대와 뉴욕대에서 공부한 그는 군 복무 후 텔아비브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아버지가 설립한 로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총선에서 노동당 소속으로 의원이 된 그는, 노동당이 아리엘 샤론 주도 연정에 참여하면서 주택·건설 담당 장관 자리에 올랐다.
또 2006년 선거 후에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주도의 연정에서 관광부 장관을 거쳐, 복지사회부 장관, 디아스포라(해외 거주 유대인) 담당 장관도 역임했다.
특히 올메르트 총리는 당시 그를 가자지구 인도주의 원조 준비를 위한 정부 내 조정역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노동당 대표로 선출됐고, 이후 2017년까지 야권 지도자로 여당과 안보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조율했다.
야권을 대표할 당시 그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만나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고, 팔레스타인 정책 등 문제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엇박자를 내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각을 세웠다.
2015년 의회 해산 뒤에는 총선을 앞두고 '반네타냐후 연대' 결성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노동당 당권 경쟁에서 밀려났고 2018년 이스라엘 유대 기구 의장이 된 이후에는 사실상 정계 활동을 중단했다.
헤르조그의 당선으로 이스라엘의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그와 경쟁한 미리엄 페레츠는 교육자 출신으로 군대에 보낸 두 아들을 잃은 뒤 국가적 단합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국민적인 호응을 받았던 인물이다.
헤르조그 당선인은 현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9일 취임해 7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이스라엘의 대통령은 실권이 거의 없는 상징적 국가원수로, 주로 총선 후 연정 구성 등 업무를 관장한다.
한편, 이번 대통령 경선은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현지 크네세트 의원들이 입후보하지 않은 가운데 치러졌다. 각 정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 지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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