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Y 지난달 국내서 3천대 넘게 판매돼…아이오닉 5는 1천919대 그쳐
현대차, '전환 출고' 회유책도 내놔…테슬라, 글로벌 시장에선 점유율 하락 굴욕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현대차[005380]의 '야심작'인 아이오닉 5가 반도체 수급난으로 주춤하는 사이 테슬라의 모델 Y가 국내 전기차 시장의 '왕좌'를 굳히는 분위기다.
아이오닉 5가 사전 예약 돌풍에도 정작 양산을 제때 못하며 출고가 지연되는 사이에 모델 Y는 지난달 3천대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한층 치열해진 전기차 대전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
3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Y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총 3천328대가 판매됐다.
수입차 전체 차종 중에서 지난달 최대 판매 모델이다. 베스트셀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2천387대)와 BMW 5시리즈(2천120대)도 가뿐히 제쳤다.
테슬라는 통상 미국에서 생산한 물량을 매 분기 첫 달에 한국에 들여온 뒤 이후 두 달간 판매하기 때문에 분기 첫달 판매량은 적지만 분기 말로 갈수록 판매량이 늘어난다. 앞서 4월에도 테슬라 전체 모델의 신규 등록 대수가 76대(모델 Y 9대)에 그쳤다.
판매량은 여전히 들쭉날쭉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달 모델 Y의 인도 물량이 5천대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전기차 구매를 놓고 저울질하는 고객 중 테슬라의 '충성 고객'을 제외하면 상당수는 테슬라의 모델 Y나 모델 3, 현대차의 아이오닉 5, 기아[000270]의 EV6 등에 복수의 예약을 걸어놓고 빠른 인도가 이뤄지는 차량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동호회 카페 등에는 "아이오닉 5는 나올 기미가 안 보이고, 기다리기 지쳤다" "아이오닉 5와 모델 Y 중 고민인데 어떤 차를 먼저 받을 수 있을까" 등의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모델 Y 스탠다드레인지 모델의 경우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348.6㎞(상온 기준)로, 국고보조금은 742만원을 받을 수 있다. 모델 Y 롱레인지(511.4㎞)와 퍼포먼스 모델(447.9㎞)은 각각 375만원과 372만원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된다.
반면 현대차 아이오닉 5는 롱레인지 2WD 모델의 1회 충전시 주행 거리가 405∼429㎞, 국고보조금은 800만원이고, 롱레인지 AWD 모델(370∼390㎞)에는 국고보조금 773만∼785만원이 지급된다.
문제는 전기차 보조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경우 현재 공고된 물량은 5천367대지만 이미 5천126대가 보조금을 신청해 접수율이 95.5%에 이른다.
전기차 예비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의 출고기한 조건을 기존 2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추가경정(추경) 예산안 편성도 독려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기차 보조금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조만간 완성차 업체 등 자동차 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전환 출고 등의 회유책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판매 이벤트 중 하나로 2월28일 이전 아이오닉 5를 계약해 3개월 이상 대기한 고객이 이달 중 다른 친환경차로 변경해 출고가 이뤄질 경우 30만∼100만원을 할인해주기로 했다.
이에 앞서 후석 승객 알림 사양을 제외한 컴포트 플러스Ⅱ 옵션을 새롭게 구성하는 등 일부 선택 사양을 적용하지 않으면 차량 출고를 앞당겨 준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던 '5월 보릿고개'는 넘은 데다 이달부터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현대차도 아이오닉 5의 본격적인 양산과 출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아이오닉 5의 국내 판매는 1천919대로, 해외 물량을 포함하면 약 5천여대가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4월에는 국내 114대, 해외 3천91대 등 총 3천205대가 팔렸다.
이달 들어 공장 가동이 정상 운영되고 있는 만큼 반도체 품귀 등의 추가 변수가 없으면 이달 7천대 이상을 생산하고 7월에는 당초 목표대로 1만∼1만2천대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만 4만3천대 이상이 사전 계약된데다 유럽에서도 사전계약 물량이 완판되는 등 관심이 높아 생산이 정상화되더라도 계약 물량을 소화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최근 시장 점유율이 축소된데다 대규모 리콜이 결정되며 주가가 급락하는 등 '전기차 1위' 지위가 위태로운 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댄 레비 애널리스트는 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전기차 세계 시장 점유율이 3월 기준 29%에서 4월 기준 11%로 낮아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레비는 테슬라의 월간 시장 점유율이 2019년 1월 이후 가장 낮았고 중국과 유럽, 미국에서 점유율이 동시에 하락했다며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테슬라 차 가격이 오른 것이 시장 지배력 약화의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테슬라는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유압 장치인 브레이크 캘리퍼 볼트가 느슨해져 타이어 공기압이 떨어지고 충돌 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전기차 5천974대를 리콜하기로 했다고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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