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케이블카 수차례 탔다는 스위스인 관련 영상 제보
수사당국, 영상 원본 입수해 검토…수사 확대될 가능성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탈리아 케이블카 추락 참사의 주요 원인인 비상 브레이크 문제가 최소한 2014년부터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달 23일 정오께(이하 현지시간) 북부의 관광명소 마조레 호수를 낀 피에몬테주(州) 스트레사 시내에서 1천491m 높이의 마타로네 산 정상까지 운행되는 케이블카가 정상 도착 100m도 채 남겨두지 않은 지점에서 추락했다.
주 와이어가 끊어진 뒤 고속으로 후진하다 철탑에 부딪혔고, 이 충격으로 보조케이블에서도 이탈하며 참사가 났다.
이 사고로 5가족 14명이 사망하고 이스라엘 국적의 5세 어린이가 극적으로 생존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주 와이어가 끊어진 뒤 케이블카의 후진을 막는 비상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조사했고, 운영업체 측이 사고 케이블카의 비상 브레이크 작동을 해제시켜놓고 영업을 해왔다는 점을 확인했다.
와이어 파손 등 비상시에만 걸리게 돼 있는 제동장치가 평시에도 수시로 오작동하자 포크 모양의 죔쇠를 걸어 아예 비활성화시켜놨다는 것이다. 운영업체의 과실에 따른 인재였던 셈이다.
그런데 운영업체 측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비상 브레이크를 해제해놨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더 큰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이 3일 보도했다.
독일 TV 채널 'ZDF'는 지난 1일 스위스인 미하엘 마이어씨가 2014년과 2018년 각각 촬영했다는 '스트레사-마타로네' 케이블카 영상을 방송했다.
영상에서는 와이어와 맞물리는 케이블카 상단에 죔쇠와 비슷한 형태의 물체가 끼워져 있는 장면이 어렴풋이 보인다.
케이블카 업종에서 수년간 일했다는 마이어씨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근거로 "포크(죔쇠)가 이미 2014년부터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사 소식을 접한 뒤 보관하던 영상물을 뒤져 이를 찾아냈다고 한다. 자신을 케이블카 마니아로 소개한 그는 스트레사-마타로네 케이블카도 여러 차례 탔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수사당국은 해당 영상 원본을 입수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수사당국은 승객 안전을 무시하고 비상 브레이크를 해제한 혐의(과실치사) 등으로 지난달 26일 케이블카 운영업체 책임자 3명을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 불충분 또는 구속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고 대신 1명만 가택연금하도록 했다.
다발성 골절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온 유일 생존 5세 어린이는 회복 속도가 빨라 최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이 어린이는 이번 사고로 부모와 두돌이 갓 지난 남동생, 증조부모를 한꺼번에 잃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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