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방치 땐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같은 범죄로 발전 우려"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시민단체가 한국·조선인 혐오를 조장해온 요시다 요시아키(吉田嘉明) DHC 회장에 항의하는 집회를 3일 도쿄 미나토(港)구 소재 DHC 본사 앞에서 개최했다.
시민단체인 'DHC에 차별을 그만두게 하는 캠페인'이 주최한 집회에는 1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혐한 및 차별 발언을 일삼아온 요시다 회장을 향해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DHC 본사 인근에서 'DHC는 사죄해라', '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더는 그만' 등의 내용을 일본어, 한국어, 영어로 쓴 플래카드와 팻말을 들고 거리 선전전을 벌였다.
이들이 배포한 선전물에는 "영향력 있는 사람의 차별 발언을 방치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좀먹는다"며 "더욱이 차별을 방치하면 루머가 대대적으로 퍼지면서 간토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과 같은 돌이킬 수 없는 증오 범죄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요시다 회장은 작년 11월부터 혐한을 부추기는 글을 여러 차례 DHC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일본 내에서 비난이 쇄도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DHC와의 거래를 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최근 슬그머니 삭제했다.
경쟁사인 산토리가 광고에 코리아(한국·조선) 계열 일본인을 주로 기용해 인터넷에서 야유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 요시다 회장의 차별 조장 행위를 취재한 NHK가 일본을 '조선화(化)' 시키는 원흉이라는 취지로 쓴 글 등이 사라졌다.
한 집회 참가자는 '요시다 회장의 글이 삭제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삭제한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요시다 회장이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를 주도한 가와나 마리(58) 씨는 DHC가 운영하는 방송을 통해 차별적인 내용이 일본 전역에 전파되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예컨대 DHC TV는 2017년 1월에 방송한 '뉴스 여자'라는 프로그램에서 오키나와(沖繩) 주민의 미군 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비방·중상해 당시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른 집회 참가자는 "재일 한국인도, 오키나와 주민도 차별을 받거나 혐오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막기 위한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이 시행된 지 이날로 5년이 지났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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