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염병 최고 권위자 지난해 이메일 속 행보 논란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실험실 유출설은 배제한 적 없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최고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자신이 보였던 행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적극 해명에 나섰다.
최근 공개된 작년 초 이메일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반대하고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을 배척했다는 지적을 받지만 이는 전체 맥락을 따질 때 거두절미식 확대해석이라는 게 항변의 골자다.
파우치 박사는 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면 마스크 착용에 대한 다른 견해를 다르게 말했을 것이냐는 물음에 "일단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고 입을 열었다.
그는 "축적되고 있는 과학적 정보를 보자면 당시 권고나 정책은 작년 1월과 2월 상황, 당시에 사실로 알고 있던 것과 자료에 따라 결정됐다"며 "3월, 4월, 5월에는 더 많은 정보가 축적돼 당시 과학과 데이터를 토대로 의견과 권고를 수정하고 조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때 전염의 상당 부분이 무증상자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가 병원 밖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물론 다르게 얘기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파우치 박사의 마스크 저평가 정황은 실비아 버렐 전 미국 보건부 장관에게 보낸 2020년 2월 5일 이메일에서 포착됐다.
그는 버렐 전 장관이 위험도가 낮은 지역에 여행하는 까닭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실 그 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지 않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파우치 박사는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 특히 우한 연구소 유출설을 부정한 정황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미국 언론들은 파우치 박사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와 연계된 글로벌 비영리단체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의 한 임원으로부터 작년 4월에 받은 이메일을 주목했다.
해당 임원은 코로나19가 실험실 유출이 아닌 자연에서 기원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데 대해 파우치 박사에게 감사를 표명했다.
파우치 박사는 우한 연구소를 후원하는 사람들과 너무 가까운 게 아니냐는 지적에 "터무니 없는 말"이라며 "그 이메일을 보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코로나19가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왔다고 항상 얘기해왔고 여전히 그렇게 믿어 지금도 그렇게 말할 것"이라며 "하지만 다른 기원,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게 실험실 유출일 수도 있다는 점에도 여전히 내 생각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다.
파우치 박사는 다른 사람이 보낸 이메일에 담긴 그 사람의 개인적이고 자의적인 생각을 확대해석해 오해가 빚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는 듯한 정황은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이 보낸 작년 4월 이메일에도 등장한다.
당시 콜린스 원장은 "음모론이 탄력을 받는다"고 적었으나 이메일 대부분은 비밀 취급을 받아 가려진 채 공개됐다.
파우치 박사는 "가려진 부분이 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다만 중국이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뭔가를 설계해 제작했다는 것은 너무 나간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방역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있는 파우치 박사의 이메일을 행정정보공개 제도를 통해 입수해 보도하고 있다.
파우치 박사는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팀에서 활동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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