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에만 고개 숙인 日 DHC…혐한 문서 공개 사과 안해

입력 2021-06-04 11:45   수정 2021-06-04 14:31

거래처에만 고개 숙인 日 DHC…혐한 문서 공개 사과 안해
불매·거래 중단 운동에 차별 조장 문서 슬쩍 삭제
DHC에 연락했더니 '발언 삼가겠다' 반응…사죄 요구 시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화장품 기업 DHC는 재일(在日) 한국·조선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한 요시다 요시아키(吉田嘉明) 회장의 글로 인해 사업에 지장이 생길 위기에 몰리자 거래처에 고개를 숙인 것으로 4일 파악됐다.
피해자나 소비자 등을 향한 사죄나 반성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아 경영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대응이라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일본에서 대형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이온은 DHC가 '인권에 관한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홈페이지 글을 삭제하겠다'는 뜻을 지난달 말 밝혔고 같은 날 해당 문서를 실제로 삭제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온은 DHC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유통업체 중 하나다.
DHC와 거래를 중단하라는 일본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온이 DHC와의 대화 내용을 이같이 공개한 것이다.



이온은 DHC가 문제의 글에 관해 '잘못을 인정하며 해당 발언을 철회한다', '앞으로 마찬가지 행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을 함께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온은 인권에 관한 자사의 기본 방침을 DHC가 이해하고 이에 찬동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DHC와 거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DHC가 삭제한 게시물은 앞서 요시다 회장 명의로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던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일련의 글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DHC 측은 요시다 회장이 일으킨 문제에 관해 제대로 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에 해당하는 재일 한국·조선인 등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고 글을 삭제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으며 공개적으로 반성이나 사죄의 뜻을 표명한 바도 없다.
연합뉴스가 연락하자 DHC 측은 '전화 취재에는 응하지 않는다'고 반응했으며 이메일로 질의하자 '본건에 관한 발언은 삼가고 싶다'고 하는 등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DHC는 일본 주요 언론의 취재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요시다 회장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힌 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혐한(嫌韓) 시위 문제 전문가인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요시다 회장이나 DHC가 뉘우치고 있다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어떻게 반성했는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요시다 회장의 글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나오고 불매 운동 및 DHC와 거래 중단을 촉구하는 활동으로 이어진 가운데 DHC가 대형 유통업체인 이온에 개별적으로 연락해 사태를 무마하는 양상이다.
3일 도쿄도(東京都) 미나토(港)구에 소재한 DHC 본사 앞에서는 요시다 회장의 글에 항의하고 사과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DHC는 "산토리 광고에 기용된 탤런트는 어찌 된 일인지 거의 전원이 코리안(한국·조선인)계 일본인이다. 그 때문에 인터넷에서 존토리라고 야유받는 것 같다. DHC는 기용 탤런트를 비롯해 전부가 순수한 일본 기업이다"라며 재일 한국·조선인을 비하하는 요시다 회장의 글을 작년 11월 홈페이지에 올렸다. (취재보조 :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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