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신성 모독죄'로 사형 위기에 처했던 파키스탄의 기독교인 부부가 1심 후 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키스탄 라호르 고등법원은 전날 샤프카트 에마누엘·샤구프타 카우사르 부부와 관련한 신성 모독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2014년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뒤 수감 중이던 이들은 7년 만에 풀려나게 됐다.
이들 부부의 변호사인 사이프 울 무루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의지할 곳 없는 이들 부부가 풀려나게 돼 기쁘다"며 법원 명령이 공식 발표되는 다음 주에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신성 모독법은 이슬람의 교조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자에 대해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부부는 2013년 신성모독 관련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를 이슬람 신자에게 보낸 혐의를 받았다.
부부는 누군가 분실된 카우사르의 신분증을 이용해 전화를 개통한 뒤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문자는 영어로 작성됐다. 부부는 문맹이라 로마자 알파벳조차 모른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수감됐다.
앞서 2018년 10월에도 신성 모독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8년간 독방에 수감됐던 기독교도인 아시아 비비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에 보수 이슬람계는 판결에 항의하며 전국적인 시위를 벌였고 생명에 위협을 느낀 비비는 캐나다로 탈출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의 인구는 2억명으로 이 가운데 기독교 신자는 1.6% 수준이다.
국제인권단체는 파키스탄의 신성 모독법이 현지 기독교계 등 소수 집단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유럽의회도 에마누엘 부부의 상황 등을 제기하며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규탄안을 채택하고 파키스탄에 대한 관세 혜택 폐지를 검토해야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