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르포] "없는 사람에겐 큰일"…쌀·식용유·기름값 '천정부지'

입력 2021-06-06 07:00  

[미얀마 르포] "없는 사람에겐 큰일"…쌀·식용유·기름값 '천정부지'
쿠데타 이후 식료품과 유가 급등…"쌀 40%, 식용유 50%, 휘발유 200% 정도 올라"
인플레이션 우려도…유가 급등에 2007년 '사프란 혁명' 떠올려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2월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유혈 탄압에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던 미얀마는 최근엔 외견상으로는 쿠데타 이전으로 조금씩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최대 도시 양곤의 경우, 기자가 둘러보면 차량 통행량도 최근에는 많이 늘어났다.
빗발치는 총탄에 문을 굳게 닫았던 상점들도 곳곳에서 다시 문을 여는 모습도 포착된다.
그러나 한 꺼풀 안을 들여다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특히 서민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식료품과 기름값은 쿠데타 여파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품목들이다.



기자가 지난 2일 찾은 양곤 최대 종합 재래시장인 뜨리 밍갈라.
이곳에서 2대째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난다(가명)씨는 기자에게 "쿠데타 전에는 시장이 너무 붐벼 들어오고 나가는 데만 30분 이상씩 걸렸다"면서 "그런데 쿠데타 이후에는 식료품 가격이 너무 오르고 없는 물건도 많아 시장을 찾는 이들이 이전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쿠데타 이후 식료품 가격은 얼마나 올랐을까.
시내와 가까운 찌밍다잉 재래시장에서 쌀을 파는 묘 민 씨는 미얀마 사람들의 주식인 쌀 가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얀마에서 가장 잘 팔린다는 에마타 미디엄 종의 쌀은 쿠데타 전에는 1삐(약 2.56ℓ)에 1천565짯(약 1천62원) 정도 했는데, 요즘에는 2천200짯(약 1천493원)으로 40%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쌀값이 너무 많이 오르고 있어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미얀마 주식 요리 중 하나인 튀김 및 볶음요리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식용유도 마찬가지란다.
묘 민 씨는 "올 1월에는 5ℓ들이 한 병에 8천500짯(약 5천770원) 하던 게 요즘에는 1만3천짯(약 8천825원)으로 50% 이상 올랐다"고 했다.
그는 또 "미얀마 요리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마늘도 쿠데타 이전 1비스(약 1.63㎏)에 1천짯(약 679원)에서 지금은 3천500짯(약 2천376원)으로 가격이 두 배도 훨씬 넘게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뜨리 밍갈라 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는 묘 텟 민(가명)씨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배추는 쿠데타 전에는 1비스에 800짯(약 550원) 정도 했었는데, 지금은 1천800짯(약 1천200원)으로 두 배가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묘 텟 민씨는 "그런데 그마저도 지방에서 올라오지 않으니 물건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식료품 외에 기름값도 쿠데타 이후 매우 많이 올랐다고 한다.
트럭을 몰고 채소를 운송하는 아웅 아웅 민(가명)씨는 기자에게 "쿠데타 전인 1월 말에는 1ℓ에 615짯(약 417원)했던 휘발유(옥탄가 92 기준) 가격이 지금은 1천50짯(약 712원) 정도가 됐다"면서 "모든 종류 기름 값이 쿠데타 이전보다 두배 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기름값이 오르다 보니 시장으로 물건을 나르는 화물차 운행도 영향을 받고 있다.
뜨리 밍갈라 시장에서 주차관리원을 하는 마웅 딴(가명) 씨는 기자에게 "기름값이 너무 올라 트럭들이 지방에서 많이 올라오지 못한다"며 "우리가 먹는 모힝가(미얀마식 쌀국수)부터 모든 게 다 비싸져서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숨을 지었다.
쿠데타 한 달여 만인 지난 3월 세계식량계획(WFP)은 미얀마 북부 일부 지역에서 쌀값이 최대 35%가량 상승했으며, 연료 가격도 약 15% 상승해 빈곤층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생필품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양곤의 한인 경제전문가 A씨는 지적한다.
그는 "군정은 이런 인플레이션 조짐에 구체적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외환관리를 하는 데에 4천만 달러(약 6조짯)가 넘는 돈을 시장에 풀고 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에 긍정과 부정적 요소 둘 다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쿠데타의 여파인 물가 상승으로 힘겨워하는 미얀마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지난 2007년 '사프란 혁명'이 떠올랐다.
급격한 유가 인상을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군정에 반발해 들고 일어났고, 선황색(사프란) 가사(袈裟) 차림의 승려들이 시위대를 이끌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미얀마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터진 쿠데타로, 그리고 이후 닥친 물가 상승으로 갈수록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어려움이 미얀마가 하루빨리 민주주의로 복귀해야 한다는 열망을 더 부채질하진 않을까.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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