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화당 현역 14개 주하원의원 선거구를 7개로 통합 시도"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 일리노이주가 선거구 조작을 통해 일당 독점 체제를 공고히 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믿기 어려운 일리노이 게리맨더'(The Incredible Illinois Gerrymander)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리노이 민주당은 주의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정부기관과 주 대법원까지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쯤 되면 권력 독점으로 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이 구조적인 재정적자와 뿌리 깊은 정치 부패에 대해 문제 제기를 시작하자, 민주당은 권력 강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일리노이 민주당은 지난 주말, 현재 공화당 보유 14개 주하원의원 선거구를 7개로 통합하는 선거구 지도를 만들었다"며 "공화당 현역 주하원의원 7명은 무조건 자리를 잃게 되며 나머지 7명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이 차지한 선거구는 단 하나도 손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WSJ은 "일리노이 선거구는 이미 충분히 민주당에 유리하게 조작돼있다(already heavily gerrymandered)"면서 주하원은 의원 118명 중 73명이 민주당, 주상원은 의원 59명 중 41명이 민주당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유권자들 사이에 이는 공화당 물결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6·민주)의 재선 실패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며 "공화당 주지사가 나올 경우 주지사가 행사한 법안 거부권을 의회가 '무력화'(override) 하기 위해 절대다수당 체제를 공고히 하기 원한다"고 부연했다.
2주 전 프리츠커 주지사는 "'불공정한 선거구 획정은 거부할 것'이라고 한 선거공약을 지키겠다"고 말했으나, WSJ은 이를 진심으로 여기지 않았다.
WSJ은 일리노이 선거구 조정안은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민주당이 2020 인구총조사 추정치로 선거 지도를 그렸기 때문에 올여름 정확한 통계가 나오면 법원에 본격적으로 이의가 제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민주당은 오랜 기간 주 대법원마저 좌지우지해왔다.
WSJ은 "일리노이 대법원 대법관 과반이 민주당 소속이다. 7명의 대법관 가운데 3명을 대도시 시카고를 포함하는 쿡 카운티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 다수의 대법원은 불법행위, 일리노이주의 고질적 문제인 공무원 연금제도 등에 대한 개혁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40년간 일리노이 주의회를 이끌어온 마이클 매디건 전 주하원의장(78)이 자리에서 사퇴하면서 민주당 분위기에 변화가 있었다.
'일리노이 민주당 실세', '시카고 정치머신의 축'으로 일컬어지던 매디건은 부정부패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의 조사 대상이 된 지 약 2년 만인 지난 1월 40년간 꿰차고 있던 주하원의장직을 내려놓았다. 이어 지난 2월 50년간 지켜온 하원의원 자리에서마저 사퇴했다.
또 민주당 소속 대법관과 수많은 정치인이 매디건 부패 사건에 연루돼 줄줄이 옷을 벗었다.
WSJ은 "일리노이 민주당이 주 대법원에서 대법관 4-3의 우위를 지키려면 내년 11월 대법관 선거에서 2자리 중 최소 1자리를 이겨야 하지만, 현재 두 곳 모두 공화당이 우세한 상태"라면서 "이 때문에 민주당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대법관 선거구 지도를 다시 그리려 한다"고 분석했다.
WSJ은 "일리노이 사례는 절대적인 일당 우위 체제가 어떻게 부패 일로를 걷게 되는지 보여준다"며 "매디건은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그의 정치머신은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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