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통신 인터뷰…"주일미군에 지상배치형 미사일 필요" 주장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국방전략을 짠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가 중국이 내년에라도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며 대만과 안보 이익을 공유하는 일본의 군비 확충을 주장했다.
정책 제언 단체인 '마라톤 이니셔티브' 대표를 현재 맡고 있는 콜비 전 부차관보는 6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필립 데이비드슨 당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6년 안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내년에도(내년에 침공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사람들의 반발 속에 중국이 통일을 실현하려면 군사적으로 침공하는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중국이 1996년의 대만해협 위기 이후로 경제성장을 통해 쌓은 재원을 군사력 확충에 투입해 군사적 균형이 중국 우위로 기울었다고 지적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와 관련한 미·일 양국의 대응책을 묻는 말에 "중국이 대만을 몇 주 사이에 군사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오키나와(沖繩)에서 필리핀에 걸쳐 있는 제1열도선 안에 중국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는 전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만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하와이나 미국 서해안에 배치된 미 군함을 투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기와 원자력 잠수함의 숫자도 제한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또 중국이 표적으로 삼아야 할 대상이 늘어나 억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주일미군에 지상배치형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일미군이 운용해야 할 지상배치형 미사일로는 대함 미사일이나 대만해협을 사정권으로 하는 단거리 미사일을 거론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일본이 방위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견해도 거듭 밝혔다.
일본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하는 헌법 규정이 없으니 갑절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76년 국민총생산(GNP) 대비 1% 이내로 방위예산을 편성한다는 원칙을 각의에서 결정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 시절인 1987년 이 원칙이 폐지돼 1987~1989년도 방위 예산은 GNP의 1%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원칙이 폐지된 1990년도 이후에도 GNP 또는 GDP(1997년 이후 적용) 대비 방위예산이 1%를 웃돈 것은 세계금융 위기 영향으로 GDP가 급감했던 2010년도뿐이다.
2021년도까지 9년 연속으로 방위 예산이 늘긴 했지만, 정부 측 요구 기준으로 전년도 GDP 대비 1% 수준이 계속 유지됐다.
이와 관련,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지난달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방위예산 정부 요구안을 편성할 때 GDP 대비 1% 이내로 유지해 온 관행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콜비 전 부차관보는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일본은) 10배의 방위비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일본이 전후(1945년 태평양전쟁 종전 후) 방위를 미국에 맡길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전력이 압도적이어서 도전자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을 '전략상의 경쟁 상대'로 정의한 국방전략을 마련한 콜비 전 부차관보가 중국의 대만 군사침공을 억제하기 위해 주일미군 기지에 지상배치형 미사일 도입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일본에 안보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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