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자태 뽐내던 공작, 팬데믹 탓 급증해 '민폐종합세트' 전락
안면방해·기물파손에다 호불호 주민들 갈등까지 조장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일대가 공작새 개체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주민들은 수십∼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공작들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공작은 19세기 후반에 수입된 소수 개체들의 후손으로 일찌감치 사람의 손에서 벗어난 야생동물이다.
공작의 '민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심해졌다.
붙잡아 격리시설로 보내는 작업이 방역규제 강화로 중단되자 개체수가 몰라 보게 급증했다.
이제는 공작이 마당, 지붕, 인도를 가리지 않고 아무 곳에나 나타나 꽁지를 펼치면서, 아름답지만 한편으론 위협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게 일상이 됐다.
엄청난 번식력 때문에 야생 공작의 규모를 추산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작의 가장 큰 민폐는 괴성에 가까운 울음소리다.
현지 주민인 캐슬린 터틀(68)은 "새벽부터 잠을 깨운다"며 "아기가 고문을 당하는 소리에 초대형 확성기를 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작들은 기물을 파손하기도 한다.
수컷 공작은 주차된 자동차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번식기 연적으로 착각하고 부리로 쪼아 공격한다.
먹이를 찾아 떠돌면서 주인이 조경에 공을 들인 마당을 파헤치는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자구책을 찾는 주민들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것도 공작의 민폐로 주목된다.
도로에 나온 공작을 차로 치려고 돌진하거나 독극물 미끼를 놓고 심지어 공작을 죽이려고 총을 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 불화가 커지는 것도 공작의 심각한 사회적 민폐로 거론된다.
다수 주민이 공작 개체수 급증을 저주로 보지만 공작의 화려하고 이색적인 자태를 들어 축복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주민 낸시 애덤스(67)는 "공작이 좋다"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그들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한다"고 말했다.
공작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어 대책을 둘러싸고 때로 주민들 사이에 악다구니가 빚어지기도 한다.
공작을 잡아 격리소로 보내는 작업을 하는 마이크 맥시는 "살면서 관여한 사안 중 가장 심한 양극화"라고 말했다.
맥시는 인구 70%가 공작을 증오하지만 30%는 공작을 사랑해 아끼려고 하는 애호가라고 설명했다.
지역 당국은 공작의 민폐를 완화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LA 카운티는 일단 떠돌이 공작들에게 고의로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례안을 두고 이르면 8일 표결에 들어간다.
이는 위반자를 1천 달러(약 111만원) 벌금형이나 6개월 징역형에 처하는 근처 아케이디아시의 사례를 모방한 것이다.
그러나 1979년 제정된 아케이디아시 조례는 공작이 야생동물인 까닭에 간섭하면 안 된다는 선언적 메시지에 불과해 처벌사례도 없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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