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 매출 상위 1천개 중 2%가 '사기앱'"

입력 2021-06-07 11:23  

"애플 앱스토어 매출 상위 1천개 중 2%가 '사기앱'"
사용자 속여 돈 빼내…교묘한 수법으로 리뷰·평점 조작
"애플의 배타적·독점적 지위로 사용자 보호는 오히려 허술"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이 가장 많은 상위 1천개 앱 가운데 2% 정도가 사용자를 속여 돈을 빼내는 이른바 '사기앱'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WP가 전문가들과 분석한 결과 4월21일 기준 매출 상위 1천개 앱 가운데 사기앱은 18개였다.
사용자의 돈을 편취하는 이들 18개 앱의 종류는 가상사설망(VPN), 인터넷 보안, 남녀 만남, QR코드 스캔 기능, 악기 조현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 가운데 프라임 실드, 스파이 블록 등 VPN·보안 앱은 스마트폰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가짜 메시지를 보내 사용자를 겁줘 어쩔 수 없이 유료 결제를 하도록 유인하는 '스캐어웨어' 수법을 구사했다.
WP는 이런 VPN앱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데이터 전송을 앱 제공회사가 모두 빨아들여 비밀번호와 민감한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데이트라는 데이팅앱은 여성에게 메시지를 즉시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면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유로 월 20달러의 정회비를 받아냈고, 다른 데이팅앱 쿠미트는 여성과 계속 얘기할 수 있는 대가로 사용자에게 돈을 요구했다.
QR코드를 읽는 기능을 제공하는 앱 QR스캔은 이미 아이폰에 이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됐는데도 사용자를 속여서 매주 4.99 달러를 결제하도록 유도했다.
WP는 이들 사기앱이 순위를 올리고 사용자의 신뢰를 얻으려고 리뷰와 평점도 조작했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예를 들어 스트리머 포 파이어스틱TV라는 앱은 8천500명 사용자가 매긴 평점이 4.4(5점 만점)인 유료 앱이다.
하지만 이 앱은 사용자가 평점을 4 또는 5를 클릭하지 않으면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설계돼 사용자는 4 이상의 높은 평점을 줄 수밖에 없다.
가짜 리뷰를 판별하는 페이크스폿의 사우드 칼리파 최고경영자(CEO)는 "앱스토어에 게시된 리뷰 가운데 25∼30%가 허위로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9년에 애플이 허위 리뷰를 가려내는 장치를 가동했다고 했지만 여전히 더 정교한 수법으로 달리는 허위 리뷰를 놓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허위 리뷰는 봇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진짜 사람을 동원하기도 하는 탓에 걸러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평점이 4.6인 QR스캔에 달린 1만6천여개 리뷰 가운데는 네일숍이나 개 목줄과 같이 앱과 전혀 관련없는 내용도 발견됐다.


WP는 사기앱일 가능성이 큰 이들 18개 앱 가운데 12개가 취재 이후 앱스토어에서 삭제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앱이 게시되는 동안 개발 업체는 앱스토어를 통해 4천800만달러(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애플 역시 이 과정에서 3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챙겼다고 WP는 추정했다.
그러면서 애플이 최고의 앱을 제공해 사용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앱스토어와 운영체계(iOS)를 고집하지만 이번 취재 결과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WP는 "아이폰으로 앱에 접근하는 방식을 애플이 독점하는 탓에 사용자는 실제 그렇지 않은데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라며 "애플은 주요 경쟁자가 없고 아이폰 사용자가 앱스토어만 사용할 수 있는데 애플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돈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캐나다의 톰슨리버스 대학 경제학과 스탠 마일스 교수는 "사용자가 다른 앱스토어를 사용할 수 있거나 앱을 배포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애플은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애플의 이런 실정은 현재 독점적 지위를 놓고 진행되는 에픽게임즈와 소송전에서도 흘러나왔다.
애플리뷰팀을 총괄했던 필립 슈메이커는 법정에서 "리뷰팀은 대체로 코딩에 대한 기술적 이력이 없었다"라며 "숨을 쉬고 생각할 수만 있으면 자격이 충분했고, 새로운 앱을 평가하는 데 보통 13분 걸렸다"라고 증언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애플의 카일 앤디어 최고준법감시인은 4월21일 미 상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불행히도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반복해 다른 회사보다 더 잘해냈다는 점을 증명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다른 앱스토어에 아이폰을 개방했을 때 이런 문제는 몇 배 증폭될 것이라는 게 진짜 위험이다"라고 주장했다.
WP는 그러나 애플의 주장과 달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가 앱을 받는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보다도 앱스토어가 안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앱 관련 보안을 분석하는 어베스트에 따르면 3월 현재 다운로드 수가 10억회 이상인 플리스웨어(무료 서비스로 사용자를 모아 이를 삭제한 뒤에도 대금을 빼내는 앱)의 수는 애플 앱스토어가 134개,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70개였다.
이들 플리스웨어의 매출도 앱스토어가 3억6천500만 달러였고, 플레이스토어는 3천850만 달러로 10분의 1 정도였다.
사기앱 취재 내용과 관련해 애플의 프레드 세인츠 대변인은 WP에 "앱스토어가 계속 안전하고 신뢰받는 곳이 되도록 개발자들에 높은 기준을 제시한다"라며 "애플은 언제나 사용자에게 해가 되는 앱에 대해 조처를 한다"라고 해명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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