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르포] 쿠데타 넉 달 지났지만 무차별 가택수색·체포 공포 여전

입력 2021-06-08 08:00  

[미얀마 르포] 쿠데타 넉 달 지났지만 무차별 가택수색·체포 공포 여전
저녁 무렵 아파트 단지 다짜고짜 들어와 '핀셋' 수색…'밀정' 밀고 의심
시위물품이라며 화염병·방패 등 사진 촬영…사진 찍던 한인에겐 총 겨누기도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한국의 현충일 오후였던 지난 6일 오후 4시 30분께 미얀마 양곤의 A아파트 단지.
지인의 집 방문차 찾았던 이 곳에 갑자기 한 무리의 군인들과 경찰들이 총을 들고 픽업트럭에 올라탄 채 쏟아져 들어왔다.
두 곳의 출입문은 곧장 군경의 대형 트럭이 막아서 일절 출입이 봉쇄됐다.
A 아파트는 450여 세대가 모여있는 곳이었다.



군경의 갑작스런 출현에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단지 내 도로와 빈 주차장 등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뛰어놀던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던 주민들 그리고 걷거나 뛰며 운동하던 주민들 모두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그리고 이내 빠른 발걸음으로 각자의 집을 향해 사라졌다.
트럭에서 내린 군인 30~40명과 경찰 20여명 그리고 평상복 차림의 서너 명이 텅 빈 아파트 단지 마당과 주차장을 순식간에 점령했다.
그리고는 미리 누구에게 귀띔을 받은 양 머뭇거림 없이 아파트 입구 쪽 동 (棟)으로 들어가 수색을 시작했다.
쿠데타 이후로 미얀마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곳곳에 숨어있는 '달란'이다. 우리말로 하면 밀정쯤으로 번역할 수 있다.
군경 감시를 피해 몰래 활동하는 반군부 인사들이 잡혀가는 사례 대부분이 이 달란들 때문이었다고 미얀마인들은 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4월 초에도 군경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그리고 중년 의사와 부인 그리고 중년 남자 한 명 등 총 3명을 연행해갔다.
죄목은 군부 비방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군부 쿠데타가 명분이 없다며 선동했다는 것인데, 달란의 밀고가 결정적이었을 거라는게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지인이 전했다.
두 달여 만인 이날도 군경은 4월 초 '습격' 때와 마찬가지로 일부 세대만 콕 집어서 '핀셋 수색'을 했다.
들리는 말로는 30여 세대가 대상이었다고 한다.
입구 쪽에 있는 동부터 옆 동으로 차례로 수색 순서를 옮겨갔다.



이들은 한 동에서 찾아낸 것들이라면서 사제방패와 면 심지 그리고 화병병처럼 보이는 물건들을 주차장 바닥에 늘어놓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를 한인 한 명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휴대전화로 찍는 것을 군인이 발견하고서는 총을 겨누는 시늉을 해 그 한인이 기겁하고 놀라 피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군경은 이날 결국 치과의사 한 명을 연행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그 치과의사에게 치료를 받던 주민이 다음날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체포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이 의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군부를 비판하는 사진을 많이 올렸다는 이유로 잡혀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SNS를 사용하면 군부 추적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더 안전하지 않다며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눈길이다.
이달부터 양곤에서는 모바일 데이터 인터넷 서비스가 재개돼 약 1천100개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모바일 뱅킹을 비롯해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도 포함돼있다.
카카오톡에 무심코 반군부 내용이나 사진을 올리는 행위도 자칫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월1일 군부가 총과 군홧발로 문민정부를 무너뜨린 지 이제 4개월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양곤의 경우, 차량 통행량이 최근에는 많이 늘어났다.
빗발치는 총탄에 문을 굳게 닫았던 상점들도 곳곳에서 다시 문을 여는 모습도 포착된다.
그러나 시민들의 삶은 온전한 자유를 누리던 2월 1일 쿠데타 이전으로 여전히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에서조차 제대고 숨도 쉬지 못하고 공포와 불안 속에서 떨어야 하는 것이 미얀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202134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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