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비 절감에 산은 지원 명분도 챙겨…인력 구조조정은 없어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쌍용차[003620] 노조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사측의 자구 계획을 수용하면서 쌍용차는 매각을 위한 큰 산 하나를 넘게 됐다.
쌍용차는 직원 무급휴직으로 고정비 절감뿐 아니라 정부 지원의 명분까지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8일 쌍용차에 따르면 노조가 7~8일 진행한 자구 계획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3천273명 중 52.1%인 1천68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했던 2009년 기업 회생 절차 때와 달리 이번에는 노조가 사측의 자구 계획을 수용했다. 2009년에는 쌍용차가 974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하자 노조가 공장을 점거하는 등 노사 갈등이 폭발했다.
이번 노조의 자구 계획 수용은 노조가 고통 분담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쌍용차는 "이해 관계자들의 눈높이에 상응하는 생존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노조의 자구안 투표는 쌍용차의 생존 의지를 확인하는 마지막 기회이자 회생절차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2009년에 이어 또다시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쌍용차를 향해 '생즉사 사즉생'(살려고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뜻)의 각오를 요구한 바 있다.
쌍용차가 무급휴직 등의 자구 계획을 시행해 산은이 요구한 각오를 보여준 만큼 추후 산은에 운영자금 지원 등을 요청할 명분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가 인수 의향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산은에 대출 지원을 담보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무급휴직으로 인건비가 줄어들면서 인수 의향자의 부담도 덜게 됐다. 당장의 고정비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인수 의향자의 투자금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자구 계획에 인력 구조조정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쌍용차가 밝힌 대로 2년간 직원 절반가량인 2천400여명이 무급휴직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쌍용차의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쌍용차가 내연기관 차량 중심의 사업구조를 친환경 차량 위주로 재편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나 변속기 등의 부품이 필요하지 않아 생산 라인 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쌍용차는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 인원에 대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면서 실제로 인력 구조조정 및 생산성 향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측의 자구 계획에 찬성한 노조원의 비율이 절반을 간신히 넘는 점도 향후 노사 간 대립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노조 집행부는 찬반 투표 이전 사측의 자구 계획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조합원들에게 강조했지만, 조합원의 47.3%인 1천528명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창원지부, 정비지부를 제외한 본조(평택) 소속 조합원 투표에서는 오히려 반대표가 1천416표(53.59%)로 1천213표인 찬성표를 앞질렀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관계자는 "낮은 찬성률은 쌍용차 사태 원인이 된 경영 실패를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한 것에 대한 노동자들의 우려와 반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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