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칸족 지역·무장단체 "안정·평화 저해…정치적 동기서 비롯" 비난
군사정부 "공식적으로 인정된 소수민족 아니다" 강경 입장 되풀이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부에 맞서 출범한 국민통합정부(NUG)가 이슬람계 소수 로힝야족에 시민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가 토착세력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9일 현지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국민통합정부는 지난 3일 지난 1982년 제정된 법령을 개정해 서부 라카인주 로힝야족에 시민권을 부여하고 외국인 등록증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로힝야족은 현지에서 인접국인 방글라데시에서 불법으로 건너온 이민자를 뜻하는 '벵갈리'(Bengali)로 불린다.
이에 현지 시민단체, 지역 유력인사, 정치인들이 참여한 조직인 아라칸연대위원회(AASC)와 무장조직인 아라칸해방당(ALP)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라카인주에는 10여개의 토착민족이 있으며 이중 아라칸족이 주류를 이룬다.
아라칸해방당 대변인인 카잉 초 흘라잉 대령은 "갓 생겨난 정부가 라카인주 무장단체들과 이해 관계자들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며 국민통합정부를 비난했다.
아라칸연대위원회도 국민통합정부의 정책이 대다수 라카인주 지역민들에 뜻에 맞지 않으며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면서 비난에 동참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책은 국민통합정부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지원을 얻어내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라카인주 지역사회에는 로힝야족을 토착세력으로 인정하게 되면 향후 이슬람계가 득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과거 로힝야족 학살을 주도한 바 있는 군사정부는 소수민족으로서의 로힝야족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최근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로힝야족은 가상의 명칭일 뿐이며 공식적으로 인정된 소수민족이 아니다"라면서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지난 2017년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이 경찰 초소를 공격한 이후 정부군의 대대적인 토벌작전이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은 로힝야족 수천 명을 살해했으며, 74만명의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이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2019년 말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나와 반군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면서 학살 책임을 부인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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