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벨트 대형 충돌과 지구 운석 유입 "직접 관련 없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은 큰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으로, 대부분이 소행성이 몰려있는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의 '소행성 벨트'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소행성끼리 충돌해 파편군(群)이 만들어지면 태양계 안쪽으로 흘러드는 우주 암석이 늘어나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도 증가한다는 것이 정설로 돼왔다.
그러나 지난 5억 년간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분석한 결과, 소행성 벨트에서 파편군을 만든 70차례의 대형 충돌 중 단 한 차례만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을 늘리고 나머지에서는 안정적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 그간의 정설이 도전을 받게됐다.
스웨덴 룬드대학과 과학 전문 매체 '인버스'(Inverse)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지질학자 비르거 슈미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현생대(顯生代) 5억 년간 지구에 떨어진 운석 상황을 재구축해 분석한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선 고대 해저에서 채집한 10t 가까운 퇴적암을 염산에 녹여 운석에 포함된 미량 광물인 산화크로뮴 알갱이를 추출했다. 지구의 풍화작용에 장기간 내성을 갖는 운석의 유일한 공통 광물인 산화크로뮴 알갱이는 운석에 관한 많은 정보를 담아 타임캡슐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슈미츠 교수는 "방대한 건초더미에서 아주 작은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건초를 태우는 방식을 활용했다"고 산화크로뮴 알갱이 추출과정을 설명했다.
연구팀이 염산에 녹인 퇴적암은 현생대 15개 시기를 대표하는 것으로, 약 1만 개에 달하는 운석의 산화크로뮴을 추출하고 이를 화학적으로 분석해 운석의 종류까지 확인했다.
이를 통해 지구에 유입되는 운석이 늘어난 사례는 70차례의 소행성 충돌 중 한차례에 불과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슈미츠 교수는 "지난 5억 년간 발생한 70차례의 소행성 충돌 중 단 한 차례에서만 지구의 운석 유입이 늘어났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면서 "무슨 이유에선가 대부분의 파편은 소행성 벨트 내에서 머물렀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지구에 떨어진 작은 소행성이나 운석은 파편군을 만든 소행성 벨트 내의 충돌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지구로 유입되는 운석이 소행성 벨트 내 매우 제한적인 곳과만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져 온 운석 유입 이론을 뒤흔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큰 천체의 종류와 기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슈미츠 교수는 "인구 밀집 지역 인근 바다에 작은 소행성이 떨어져도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빠르게 다가오는 천체의 궤도를 바꿔 지구와의 충돌을 예방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중요한 지식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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