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중국견제법' 가결…중국 '강력 반발'(종합2보)

입력 2021-06-09 16:53  

미국 의회 '중국견제법' 가결…중국 '강력 반발'(종합2보)
美상원 초당적 찬성…반도체·과학기술에 210조원 쏟아부어
中전인대 "중국 내정 간섭·발전 막는 행위…결연히 반대"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김경희 기자 = 미국 의회에서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등 핵심 산업의 공격적 육성을 위한 대(對)중국 견제법이 통과됐다.
이에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내정 간섭이자 발전을 막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향후 미중간 치열한 보복전이 예상된다.
미 상원은 8일(현지시간) 반도체 등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중점 산업 기술 개발과 생산에 2천500억달러(약 280조원)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혁신 경쟁법'을 찬성 68, 반대 32의 압도적 표 차로 처리했다.
법 통과에 따라 향후 5년간 1천900억달러(210조원)가 기술 개발에 투자되며, 특히 540억달러(60조원)는 반도체에 특정해 집행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용 반도체 개발에만 20억달러(2조2천억원)가 할애됐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확히 양분돼 대립 구도를 형성한 상원 의석분포를 고려하면, 법안에 대한 이 같은 초당적 지지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군사·경제를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초당적 위기의식을 증명한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법안 찬성자들은 이번 법 통과로 과학 분야에 대해 가장 큰 분야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그간 상원에 계류된 각종 중국 견제법안을 총망라한 것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생산 비중은 지난 1990년 37%에서 현재 12%로 줄어든 상황이다.
이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극심한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경제 분야에서 본격적인 대중견제 전략이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전제는 간단하다. 우리가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이 세계를 이끌기를 원한다면, 2차 세계대전 직후처럼 정부가 과학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 기술경쟁에서 승리하는 자가 세계 경제를 이끌 것"이라며 "이는 외교와 국가안보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상원은 애초 지난달 27일 해당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공화당 상원 일부가 법안 수정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이견을 제기하며 이날까지 표결을 미뤘다.
공화당 일각에선 법안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불만을 여전히 제기한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최종안은 중국에 대한 우리의 최종 입장이 될 수 없다"며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표적 진보 성향 인사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 의원 등 일부는 항목 가운데 포함된 미 항공우주국(NASA) 지원이 결과적으로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에 대한 지원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번에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이미 하원에서 처리를 마치고 대기 중인 별도의 관련법과 병합돼 별도 표결 절차를 밟는다.
이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서명을 받으면 정식 발효한다.
그러자 중국 전인대 외사위원회가 9일 성명을 내며 반격에 나섰다.
전인대 외사위는 성명에서 "냉전적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가득 찬 이 법안은 중국의 대내외 정책을 모독하며 중국 내정을 간섭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 한다"면서 "이에 강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인대는 이 법안이 '중국의 위협'을 부각해 미국의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고 인권과 종교를 구실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발전 권리를 박탈하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여기는 것은 대세에 역행하는 행위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에 관한 것으로 핵심 이익이며 이 법안의 대만 조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인대는 신장(新疆), 티베트, 홍콩 등의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외국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법안의 심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미중 관계의 중요 분야에서 협력을 해치지 않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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