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반대 폭동 참여 흑인 남성
판사 "플로이드 죽음의 영향 이해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의 판사가 경찰서에 불을 지른 남성을 "착한 사람"이라며 형량을 크게 낮춰 화제가 되고 있다.
11일 미국 뉴욕포스트, 지역신문 스타트리뷴 등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연방지방법원의 패트릭 쉴츠 판사는 지난 7일(현지시간) 방화 혐의로 기소된 브라이스 마이클 윌리엄스(27)에게 징역 2년 3개월과 손해배상금 1천200만달러(약 134억원)를 선고했다.
쉴츠 판사는 이어 윌리엄스가 "끔찍한 실수를 저지른 착한 사람"이어서 검사의 구형과 연방정부의 양형 지침보다도 낮은 형량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윌리엄스가 방화의 추종자가 아닌 주동자였다고 지적했지만, 실제 그의 형량은 이날 공범으로 같이 재판에 출석한 다른 3명의 3~4년 형보다 짧았다.
그는 그러나 윌리엄스가 보호관찰로 감형해달라는 요구는 들어주지 않았다.
쉴츠 판사는 윌리엄스가 범행 당시 주변 분위기에 휩쓸린 경향이 있고 체포 후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취지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쉴츠 판사는 윌리엄스가 다른 피고들과 달리 제일 먼저 잘 못을 인정했으며, 체포된 후 바른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이날 재판의 변론을 통해 기소된 후 현재까지 경비 업무를 포함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음주와 대마초 흡입을 멈췄으며, 신앙생활과 좋은 아버지가 되는데 주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일으킨 폭동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자신이 초래한 고통과 아픔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재판부에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쉴츠 판사는 플로이드의 죽음이 왜 윌리엄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기 쉽다고 동조했다.
흑인과 백인 혼혈인 윌리엄스는 지난해 여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 직후 전국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서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았다.
윌리엄스는 건물에 들어가 화염병에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시위대가 이 화염병을 던져 불을 피우자 윌리엄스는 그 위로 박스를 던져 불을 더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범행 장면을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SNS) 틱톡에 올려 15만 명 넘는 구독자를 얻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비무장 흑인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9분 넘게 짓눌러 끝내 사망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 확산하자 공분이 일었고,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움직임으로 확산했다.
윌리엄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조지 플로이드 덕분에 내 정체성을 100% 깨달았다"며 시위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폭동 당시 분노한 군중 수천명은 경찰서 앞에 모여 "불태워라"고 외쳤고, 일부는 울타리를 뜯어 부지에 진입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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