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미국·유럽 이어 중국 선전·간첩 활동으로 비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서방 국가에 이어 한국과 일본에서도 중국 공자학원에 대한 반발이 증가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공자학원은 중국 언어와 문화를 알리는 기관으로 2004년 서울 강남에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160여 개국에 500여 개가 세워졌다.
SCMP는 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는 예전부터 공자학원이 중국 정부의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고 밝혔다.
또 공자학원이 둥지를 틀고 있는 현지 대학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간첩 활동을 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한국은 공자학원 1호가 세워진 곳이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22개의 공자학원이 있는 곳이지만, 보수단체들이 공자학원에 대해 중국 정부의 '세뇌 도구'라고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일 서울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한 시민단체가 한국과 미국 국기를 흔들면서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쳤다고 소개했다.
또 이 단체가 "공자학원에는 공자가 없다",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미끼로 젊은이들을 공산주의로 물들이는 세뇌공작소"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고 전했다.
SCMP는 지난해 10월 충남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공자학원으로 인해 대학이 중국 공산당의 체제 선전 무대가 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비판하며 교육 당국에 공자학원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 일도 소개했다.
이어 익명을 요구한 정 의원의 보좌관이 "당국이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것 같다"며 "정 의원이 6개월 전에 조사 결과를 보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답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교육당국이 공자학원 14곳 모두에 대한 조사 계획을 밝혔다.
SCMP는 지난달 집권 자민당이 "각국이 공자학원을 안전보장상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문부과학상이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의 동맹인 미국과 유럽 나라들에서 공자학원의 폐지나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와세다대를 비롯해 공자학원을 유치한 일본 대학들은 이를 통해 중국 유학생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을 대단히 매력적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후쿠이 현립대의 시마다 요이치 교수는 "일본에서는 공자학원이 중국공산당 버전의 역사나 정치, 문화에 대한 공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테네시대 교수와 하버드대 교수가 잇따라 중국과의 연관성을 숨겼다가 기소된 사례를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미국 정부가 대학들에 중국이 지적재산을 훔치려 한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요이치 교수는 "중국공산당은 공자학원에서 역사에 대한 자유로운 관점이나 균형잡힌 관점을 가르칠 생각이 없다"며 "그들은 언젠가 중국의 이익을 위해 일해줄 다음 세대 동조자를 육성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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