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탁 제조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1일 TSMC 거래업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TSMC가 일본 정부 요청에 따라 일본 내 첫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구마모토현에 300㎜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 측은 이와 관련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닛케이의 요청에 일단 "답변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 산업 부흥을 핵심 국가전략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일본 정부가 TSMC 공장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 정책을 관장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31일 TSMC에 약 190억엔(약 2천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TSMC가 일본 이바라키(茨城)현 쓰쿠바시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 조성 사업을 돕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이 사업에 필요한 전체 비용의 절반을 부담할 예정이다.
전성기인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가량을 차지했던 일본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을 제대로 펴지 못해 제조 장비 분야에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 분야에선 크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등 각종 디지털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개발 거점을 일본에 신설키로 한 TSMC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들어 첨단 반도체의 국내 생산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공동사업체도 신설했다.
반도체·디지털 인프라 등에 관한 새로운 산업정책을 입안할 기구로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검토 회의'를 가동하는 등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TSMC가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경우의 주된 고객은 소니그룹과 일본 자동차 업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등으로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을 위시한 각국이 TSMC 공장 유치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도 눈에 띄게 뒤처진 반도체 산업을 재건할 결정적 카드로 TSMC 공장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고 전했다.
TSMC는 지난해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애리조나주에 총 12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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