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외국 제재법' 속전속결 시행…배우자·직계가족도 제재 가능
중국 내 손해배상 소송도…'기타 필요한 조치' 활용 가능성 열어둬
(베이징·선양=연합뉴스) 한종구 차병섭 특파원 = 중국이 미국 등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을 위해 만든 근거법안 '반(反) 외국 제재법'에는 관련자 추방 및 중국 내 자산 압류·동결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중국은 전날 최고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반 외국제재법을 표결 처리했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주석령 서명을 거쳐 속전속결식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공작위원회 관계자는 기자문답을 통해 입법 목적이 외국이 중국에 가하는 '일방적 제재'에 반격·반대하는 것이며, 반격조치에 대한 법적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의 제재·간섭 및 확대관할에 대응하는 법률적 '도구상자'이며 방어적 조치라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외국이 중국에 대한 차별적 제재를 제정·실시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개인이나 조직을 '반격 명단'에 올릴 수 있다.
또 명단에 든 개인의 배우자와 직계가족, 그 개인이 고위직을 맡은 다른 조직, 명단에 든 조직의 고위직 인사 등도 제재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등 적용 대상을 광범위하게 설정했다.
법안에서는 구체적인 반격조치로 비자 발급 불가와 중국 입국 불허, 비자 취소 및 추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중국 내 자산을 압류·동결할 수 있으며, 중국의 조직·개인이 '반격 명단'에 오른 이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타 필요한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밝혀 광범위한 조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법안에서는 중국내에 있는 조직·개인은 중국의 반격 조치를 집행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할 방침이라고 명시했다.
이어서 어떠한 조직·개인도 외국의 차별적인 제재를 따라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피해를 본 중국인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반외국 제재 업무 협조 메커니즘을 만들고 해당 업무를 책임지도록 했다.
이 법은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부품 수입을 제한하고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를 이유로 이 지역 면화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데 대한 대응 조치 성격이다.
전인대 측은 일부 서방 국가·조직이 중국의 핵심이익인 대만·홍콩·시짱(西藏·티베트)·신장(新疆) 문제 등을 구실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민주·인권 수호 등을 구실로 중국을 제재한 것은 모두 불법이며 억지"라면서 "중국은 100여 년 전 중국이 아니며, 중국인들은 호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어느 누구도 중국인이 자국 이익을 해치는 쓴맛을 삼킬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면서 "중국 정부와 인민은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입법과 관련, 중국이 외국의 제재에 맞서 필요한 조처를 함으로써 서방 국가와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평가했다.
훠정신 중국정법대 교수는 "이 법은 중국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한 사람들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며 "대상 집단이 그들의 친척이나 단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억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톈페이룽(田飛龍) 베이징(北京)항공항천대학 교수도 "타국의 불법 제재로 인한 피해를 막고, 대책을 강구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외국의 제재에 대한 중국의 대응책이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며 강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일반적으로 법안 통과 전에 3차례 심의를 거치지만 의견이 일치하면 2차례만 심의할 수 있으며, 이번에도 2차례 심의 후 곧바로 표결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