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터키도 아프간서 철군해야"…카불공항 경비 추진에 반발

입력 2021-06-11 12:56  

탈레반 "터키도 아프간서 철군해야"…카불공항 경비 추진에 반발
"터키도 나토 일원…작년 합의에 따라 철수해야"
국제사회는 외국군 철수 후 현지 치안 유지 고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시작한 가운데 현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터키군 일부의 주둔 가능성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터키가 외국군 철수 후 수도 카불의 공항에 대한 경비를 맡겠다고 제안하자 탈레반이 공식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1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전날 "2020년 2월 29일 우리와 미국이 서명한 합의에 따라 터키군도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샤힌 대변인은 "터키도 지난 20년간 나토군의 일원이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합의에서 미국은 14개월 내인 올해 5월 1일까지 미군 등 국제동맹군 철수를 약속했고, 탈레반은 아프간에서의 극단주의 무장조직 활동 방지와 함께 아프간 정파 간 대화 재개 등에 동의했다.
앞서 터키는 지난달 나토 회의에서 미군과 다른 나토군이 철군하고 나면 터키군이 요충지인 카불 공항을 경비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제안을 했다.

미국의 전면 철수 방침 발표 이후 아프간 안팎에서는 탈레반,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으로부터 아프간의 치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상태다.
터키의 제안도 외국군 철수 후 현지 안보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런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카불이나 다른 도시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갈 위험에 처할 경우 미국 전투기나 드론으로 공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9·11테러 직후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다시 세력을 회복하고 있다.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 국토의 50∼70%에서 활동 중이며 최근에는 아프간 정부 장악 지역을 잇달아 점령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아프간 정부 측과도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물밑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는 지난해 9월 도하에서 평화협상을 시작했으나 현재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탈레반 포로 석방, 새 정부 체제 관련 이슬람 율법 이슈 등의 이견이 돌출된 가운데 탈레반이 외국군 전면 철수 시점까지 평화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오는 9월 11일까지 주둔군을 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달 1일부터 공식 철수를 시작한 것과 관련해 탈레반은 미국이 작년 평화협상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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