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일으킨 흘라잉에 '지도자' 표현도…"G7, 미얀마 민주진영 인정해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사정권 인사들의 국제무대 노출이 최근 빈발하고 있다.
쿠데타 후 4개월이 훌쩍 넘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잦아드는 틈을 군부가 파고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미얀마·인도·태국·방글라데시·스리랑카·네팔·부탄 등 벵골만 인접 7개국이 회원인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는 쿠데타로 집권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창립 24주년 축하 연설을 최근 요청했다.
그러면서 흘라잉 사령관을 '국가행정평의회(SAC) 의장'이라고 지칭했다.
SAC는 군부가 쿠데타 직후 구성한 군정 최고기구다.
BIMSTEC이 흘라잉 사령관을 사실상 미얀마의 국가 수장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중국 언론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에 대해 아예 '미얀마 지도자'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이라와디에 따르면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4일 천 하이 주미얀마 중국대사가 네피도에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난 사실을 페이스북에 전하면서 '미얀마 지도자 흘라잉'이라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 '뒷배'로 여겨지는 중국의 관영매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표현 자체가 노골적이어서 미얀마 국민들이 SNS 등에서 반발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흘라잉 사령관 자신도 이전의 쿠데타 주역들과는 다르게 활발하게 대외 활동에 나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논란 속에서도 지난 4월2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했다.
40여일이 지나 미얀마를 방문한 아세안 대표단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 외교장관과 아세안 사무총장인 림 족 호이도 만났다.
아세안 대표단은 흘라잉 사령관에게 특사 후보자 리스트를 제출했지만, 군정에 맞선 민주진영 국민통합정부(NUG)와의 접촉은 없었다.
흘라잉은 직전에는 피터 마우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와도 면담했다.
마우어 총재는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미얀마 내에서 만난 첫 국제기구 책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흘라잉 사령관에게 적십자가 미얀마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흘라잉이 외교수장으로 임명한 운나 마웅 르윈은 7~8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중국과 아세안 대화 관계 구축 30주년 기념 특별외교장관 회의 및 란창강-메콩강 협력 제6차 외교장관회의에 미얀마 외교장관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후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변함없는 지지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문민정부로부터 불법적으로 권력을 빼앗은 군부를 인정하지 말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해 온 NUG로서는 불편한 상황이다.
4월1일 출범 즈음만 해도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인정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지만, 지금까지는 기대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미얀마 전문가들의 모임인 '미얀마 특별자문위원회'(SAC-M)의 크리스토퍼 시도티 전 유엔 로힝야 사태 진상조사단원은 주요 7개국(G7) 정상들에 대해 NUG를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시도티 자문위원은 "G7 정상들은 군부 독재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미얀마 군사정권에 어떠한 합법성도 부여하지 말아야 하며 NUG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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