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이슬람사원 테러 소재 영화 제작에 반대 청원 봇물

입력 2021-06-12 09:31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테러 소재 영화 제작에 반대 청원 봇물
"백인 여성 총리 대응에만 초점"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지난 2019년 51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총기 테러 사건을 영화화하려는 계획이 발표되자 뉴질랜드 이슬람 사회에서 반대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영화는 테러 사건 뒤에 일어나는 일들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슬람 사원 공격을 유례가 없는 극단적인 폭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습책 마련에 앞장선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를 주인공으로 담아 각본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텔레비전(TVNZ) 방송 1뉴스 등 현지 매체들은 12일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공격 사건을 다룬 영화 제작 계획이 전날 할리우드에서 발표되자마자 뉴질랜드에서 반대 여론이 일면서 하룻밤 사이에 제작 취소 청원에 1만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매체들은 할리우드에서 제작 계획이 발표된 영화 '그들은 우리다'(They Are Us)는 테러 사건 이후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로 호주 출신 배우 로즈 번이 아던 총리 역을 맡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들은 우리다'는 아던 총리가 테러 사건 후 했던 말로도 유명하다.
매체들은 뉴질랜드 출신 감독 앤드루 니콜이 영화제작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영화는 아던 총리가 동정과 화합의 메시지로 뉴질랜드를 어떻게 다시 하나로 묶고 일으켜 세웠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뉴질랜드 이슬람 사회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너무 이르다'는 지적에서부터 '무감각하다', '백인 구세주' 정신의 전형적인 본보기라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전국 이슬람 청년 협회(NIYA)는 아예 영화 제작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며 청원 작업에 나섰다.
이 협회는 영화가 희생자와 부상자들을 들러리로 돌리며 백인 여성의 대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영화가 비극을 이용하려는 백인들의 목소리와 계획에 집중되고 있다며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이슬람 사회에 가해진 무서운 폭력 사건을 희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어 자신들은 영화 제작이 추진될 수 없도록 장벽을 만들 것이라며 뉴질랜드 영화 업계도 자신들과 함께 반대 대열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아던 총리에게도 영화 제작 계획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것은 물론 뉴질랜드 정부가 어떤 지원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의 손도스 쿠라안 공동 회장은 테러 공격으로 직접 피해를 본 사람들은 충분한 사전 협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그들과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와 같은 공격 사례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영화는 이슬람 사회와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협의 과정을 통해서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이번 영화는 무신경하고 희생자와 부상자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우리 단체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던 총리는 지난 2019년 3월 15일 사망 51명, 부상 49명의 인명 피해를 낸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극우주의자 테러 사건 후 사건 수습과 국민들이 입은 상처 치유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노벨 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등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았다.
ko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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